‘월광곡’에 얽힌 사연

내가고전음악에빠져들기시작한1962년후반,결정적으로몰입시킨음악이모차르트의’아이네크라이네나흐트무직’이었다.

물론1악장첫머리의유니존으로시작되는멜로디는너무도유명하지만,2악장의론도로진행되는그청순하고감미로운선율은가히천상의소리였다.

빈필이연주했고슈베르트의미완성교향곡과함께수록되었다.지휘자는기억이나질않는다.

한창음악에심취했을무렵꼭한번들어보고싶은곡이있었다.베토벤의’월광곡’이었다.

그때는베토벤의피아노소나타가32곡이고피아노음악의신약성서이며,바흐의평균율크라비아곡이48곡으로피아노음악의구약성서라는얘기는꿈에도알지못했을때였다.

다만,초등학교5학년(?)교과서에홍난파선생이썼다는월광곡이야기가나의흥미를끌었다.

달밤에산책나온베토벤이가난한신발깁는부녀를만나연주해준곡이월광곡이었고,베토벤이이곡을연주하는동안울려퍼지는선율에대한환상적인묘사가너무나감명적이었다.

신세기레코드에서LP판을샀는데수록된곡은월광을비롯비창,열정세곡이었다.

연주자는미국인루돌프제르킨이었다.

당시우리집에는전축이없어천신만고끝에친구네집에서들었다.그러나결과는대실망이었다.

큰기대를갖긴했으나처음부터흘러나오는단순한피아노소리는왕초보가듣기엔너무수준높은곡이었다.

도대체이곡의어디가좋다고홍난파선생은그처럼몽환적인글을썼으며지루하게흘러나오는저곡의어디가그렇게좋단말인가고혼자혀를차기도했다.

그러나한번,두번,들을수록이곡에빠져들었고,같은반학우였던이모군이자기가다니는교회여학생둘을초청하였다고내게봉래동호주선교사사택에서’못난사과콘테스트’를하자고했을때그러면그자리에서월광곡을들어보자고제안하여같이듣기도했었다.

당시우리들사이에선별나게못생긴사과를사와서모아놓고선발하는놀이가있었다.물론교회학생회에서.

여기서끝나지않고월광곡에빠졌던나는교회학교교사라는직위를이용하여열살안팍의코흘리개들에게까지이곡을들려주었으니지금생각하면참황당한일을한셈이다.

지금은빌헬름캠프가연주한CD를즐겨듣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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