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봉양조장
내가살았던동네에옥봉양조장이있었다.
술맛이하도좋아동네사람은말할것도없고시내에서도일부러술을사갈정도였다.
나도할아버지나아버지심부름으로종종주전자를들고술을사오곤했는데,호기심에한모금씩맛을보기도했다.
어릴때기억으로도술맛이좋았던것같다.
이양조장의술맛이얼마나좋은지는장날에알수있었다.
당시도동(흔히’독골’이라고불렀다)사는촌사람들이2와7이들어서는진주장날이면뒤벼리로해서중앙시장으로가는데,반드시이옥봉양조장앞을거쳐야만했다.
간혹이른아침에보면,양조장에서장꾼들을맞기위해안주를준비하는데,큰다라이(요즘뭘로표현하는지)에풋고추를수북하게담아놓고큰오가리에는된장을가뜩채워놓았다.
당시만해도장꾼들은점심을사먹지않고양조장에와서막걸리한잔으로끼니를때우곤했다.
막걸리한잔에풋고추한개로.
그런데얼마나많은사람들이막걸리잔을비웠는지해질녘에가보면다라이는텅비었고,오가리에도된장이남아있질않았다.장꾼들이다먹어치운것이다.
우리네어려웠던시절에양조장은식당이나다름없었다.
벌써60여년전의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