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서 훔쳐 들은 ‘겨울나그네’
고3때였으니1963년늦가을쯤으로기억한다.
당시진주엔’은파음악동호회’라는고전음악감상모임이있었는데정현수선생이그모임을이끌고있었다.
정선생은자그마한키에부지런한성품이었고,제일교회의성가대도지휘하고있었다.
그가을에은파동호회가삼성다방에서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를감상한다는광고가붙었다.
삼성다방은청구서림과상업은행사잇길로쭉나가면도립병원못미쳐우체국에서내려오는작은사거리의코너건물2층에있었다.그인근에마돈나다방도있었다.
나는그음악감상회에꼭가보고싶었다.
그러나문제는내가고3이라다방에함부로들어갈수없다는것이었다.
당시만해도고교생은머리도빡빡깎았고교복을입고다녔다.요즘고교생은머리도기르고옷차림도자유스러워대학생이라고속여도상관없겠지만그때고교생은극장도마음대로다니지못하는실정이었다.
감상회당일나는다방문밖2층계단에서흘러나오는피셔디스카우의잘익은빵처럼부드러운음성을들을수밖에없었다.
제1곡’밤인사’가시작될때그심금을울리는피아노의전주.그영롱한피아노소리를들으며따뜻한실내에서구수한커피를앞에놓고느긋하게음악을들을수없는내신세가무척처량하기만했었다.
그래서그후주피터음악회를1964년3월에만들었을때두번째감상회의레퍼토리로’겨울나그네’를선택했다.
기억하기는당시쌀쌀한늦가을날씨에무척떨었다는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