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교향곡’ 듣다가 날벼락

한창고전음악에빠져있을때인고2때의일이었다.

그때는학교공부보다음악에몰입되어이흥렬선생의’음악개론’인가를수업시간에몰래꺼내놓고볼정도였다.

그책은음악역사는물론음악의형식에대해유명한곡들을사례로들며친절하게설명해주는훌륭한안내서였다.

나는그책을통해음악에관한많은것들을배울수있었다.

또틈만나면도서관을찾아최영환선생이쓴’명곡을찾아서’를탐독하거나베끼곤했다.

내기억으로당시음악관련해설서는무척비싸학생신분으로사서보기는어려웠다.

그무렵나는베토벤의’운명교향곡’을큰맘먹고샀다.브루노발터가지휘하는뉴욕필의연주였다.

그렇지만우리집엔전축이없어어디서들어보나고심했다.

그러다가마침초등학교때부터같은반에서공부했던서모군의집에전축이있다는걸알아내고같이들어보자고졸랐다.그친구는고전음악에전혀관심이없었지만내가하도졸라대니마지못해승락을하고날짜를잡았다.

약속한날디스크를들고서군의집으로갔다.

그런데’호사다마’라고전축이큰방에있는데하필서군의부친이약주를한잔하시고일찍오셔서큰방에서주무시고있다는것이다.서군은혹시라도음악소리에아버지가깨시면곤란하니다음으로미루자고제안했다.

그러나나는천신만고끝에기회를잡았고또하도음악이듣고싶어작게틀면되니까걱정하지말라고안심을시켰다.서군은그래도미심쩍은지"제발좀살살틀어라"고신신당부를했다.

전축을켜고디스크를올린후바늘을놓자잘아시는바와같이’잔잔잔쨘~잔잔잔쨘’하는제1주제가너무나또렷하고거룩(?)하게온방안에울려퍼지는것이었다.물론볼륨을줄인다고줄였지만…

그순간기분좋게가벼운코까지약간골며주무시던서군의부친이벌떡일어나더니"이기(이것이)먼(무슨)소리고"하며고함을치는것이었다.

부친의고함소리에깜짝놀란서군과나는전축을꺼는것도잊은채후다닥도망을치는수밖에없었다.

며칠후서군으로부터디스크를돌려받았지만반질반질윤기가흐르던디스크에는바늘에긁힌’영광의상처’가남아있었다.

지금도’운명교향곡’을들을땐50여년전서군부친의고함소리가들리는듯하다.

지금은언제든지내마음대로편안하게음악을들을수있다는현실이감사할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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