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밭을 쑥대밭으로
모내기가벌써끝났으니이젠자두도제법익어가겠지.
자두가나올무렵이면생각나는사건이있다.
참,그때만해도원체먹을게귀했으니-.
50여년전인1963년으로기억된다.
고3이었던그해5월이었으리라.
진주에선자두를’풍개’라고불렀다.
당시만해도관개시설이제대로되어있질않아가뭄이들면학교에서학생들을물퍼기에동원했다.
깡통이나그릇등속으로논인근의도랑에서물을퍼다가갈라진논바닥에붓곤했다.
그날도아마도동지역에모내기봉사를했던걸로기억된다.
도동에서시내로오려면대개뒤벼리를경유하는데,그날은남강변으로가질않고선학재방향으로산길을가게되었다.
길옆에는더러산딸기나무도있었고과수원이자리하고있었다.
진주에선다양한과실이나왔는데,복숭아를비롯해서배,자두가많았다.
우리가지나던산길옆의과수원에는마침자두나무가수십그루있었다.
나무엔채익지도않은작은자두가파랗게매달려있었는데누군가가자두열매를따와선우직우직씹어먹었다.
무슨맛이있으랴.
신맛을감추지못해인상을찌프리며먹는걸본몇몇이자두밭으로들어가몇알씩따와서는역시인상을쓰며깨물었다.
이걸본한학년(360여명)전체가너나할것없이우루루자두밭으로들어갔으니그과수원의자두들은붉은색으로얼굴단장한번하지못하고파랗게떨어져갔다.
그야말로자두밭은삽시간에쑥대밭으로변했고,정신을차렸을때는엎질러진물이었다.
그과수원은그야말로하루낮에한해농사를망치고만것이었다.
듣기로,다음날과수원주인이학교를찾아와손해배상을요구했고,학교에서물어주었다.
대신,우리는하루종일운동장에나와단체기합을받는댓가를치러야만했다.
어언50년이된지금도초여름이면생각나는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