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치게 했던 제사 밥

고단했던1950년대는늘배가고팠다.

그렇다고끼니를거르는것도아닌데틈만나면뭐먹을것없나하고찬장이며벽장속을뒤지기일쑤였다.

당시만해도꿀단지는귀했고,초등학생인내눈을끄는것은설탕단지였다.

백설탕도아니고황설탕을어머니는벽장속에숨겨두었는데용하게도잘찾아내어몇숟갈씩퍼먹곤했다.

설탕이줄어든걸안어머니는애꿎은동생들만닦달했다.

그때동네한코흘리개는세상에서제일맛있는게’사카린’이라고할정도였다.

그단맛때문에-.

군것질꺼리가귀했던그때여름밤의별미는제사밥이었다.

집집마다나누어먹던제사밥은겨울보다도여름이단연인기였다.

당시내가살던동네는골목을중심으로20여호가사이좋게뭐든나누어먹으며살았다.

특히여름에는제사가많았는데,제사를지낸집은반드시이웃집에제사밥을돌렸다.

어려웠던시절이었지만제사밥은하얀쌀밥이었고댓가지의나물과전(지짐),굽거나찐생선과수박등진수성찬이었다.

누구네집에서제사지낸다는얘기가돌면그날골목안은전굽는냄새로어린것들의군침을돌게한다.

제사는대개자정무렵지내는데,집으로제사밥이오기까지는한시간이넘게걸렸다.

제사밥얻어먹을욕심에우리는졸린눈을비벼가며용케밤한,두시까지기다리곤했다.

그러다가제사밥이오면어머니가밥에탕국과나물을섞어비벼주는밥을한술씩먹고떡이나수박한조각을맛본후에야잠자리에들었다.

그때얻어먹은제사밥의진미를먹거리가풍성한지금찾기가쉽지않다.

그맛은밤잠을설쳐가며기다렸던수고를충분히보상하고도남는것이었다.

어쩌다가제사밥을기다리지못하고잠이든날의다음날아침은울음소리가낭자했다.

밤에온제사밥이다음날아침까지남아있을턱이없었기때문이다.

그럴때면어머니는몰래챙겨둔떡한조각으로울음을그치게했다.

요즘은제사밥을나누어먹는단얘기를들어보지못했다.

진주에도꽤이름있는헛제사밥집이있다는말을들었지만그때의그맛을찾기란쉽지않을것이다.

아무래도입맛이변했을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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