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아내가즐겨보는드라마를곁눈질로보다보니’만복당’이란이름이자주나온다.
드라마에선한약방이름으로나오지만내겐잊을수없는빵집이름이다.
반세기전고교시절진주엔유명한빵집이있었다.
시내중심가우체국부근에’만복당’이란빵집이었는데한마디로고교생들의아지트였다.
요새고교생들은어떤곳에서친구끼리만나는지모른다.
짐작컨데제과점이나피자가게,혹은커피전문점이아닐까생각된다.
그렇지만내고교시절엔만남의장소가한정되어있었고주로빵집이그역할을했다.
빵집이다보니메뉴(라고할것도없지만)는두세가지였다.
단팥이고명(우리는’앙꼬’라고불렀다.그래서’앙꼬없는찐빵’이란말도-)으로든하얀찐빵과단팥죽이전부였고,간혹도너스가있기도했다.
그시절만해도다들주머니가얇았는지라찐빵한가지만주문했다.
그러면빵집주인은찐빵위에단팥죽과설탕을듬뿍끼얹어우리를즐겁게만들었다.
이빵집이지금도기억속에자리하고있는건여학생들과의데이트장소였다는데있다.
남자친구들끼리들리기도했지만종종남녀학생들이합동데이트를갖기도했다.
대개3명내지5명씩떼로모여찐빵과단팥죽을앞에놓고흰소리들을왁자하니지껄이는게다반사였다.
재미있는건이데이트비용을대는물주가한사람이라는것이다.
뭔소리냐면,A라는남학생이B란여학생과만나고싶으면남녀둘러리를세우는것이다.
물론돈은A가내고나머지남녀는둘러리를서는대신빵과단팥죽을잘얻어먹었으니얼마나좋았겠는가.
당시만해도일대일데이트를빵집에서공개적으로한다는건상상도못할일이었다.
간혹배짱두둑한친구가시도해보지만좁은바닥에서금방소문이퍼져견딜수가없기때문이다.
그만큼당시의남녀관계(특히고교생의)는투명할수밖에없었다.
그러나합동데이트를하더라도누가누구를좋아한다는정도의짐작들은다하고있었으니그런대로연애들은잘들했던것같다.
‘만복당’말고도평안동진주교회앞에또유명한빵집이있었고자주출입했었는데이름은기억나지않는다.
참앳되고순진했던시절의달콤하고아련한추억이다.
그래서인지지금도나는찐빵과단팥죽을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