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하면의례히잡채를떠올린다.
그만큼아직까지당면은쓰임새가한정되어있고,특별한맛이있는것도아니어서먹거리로서크게주목을받지못하고있다.
어제저녁무렵내방에서TV를보고있노라니"보이소,보이소"하고거실에서아내가나를다급하게부른다.
"왜?""이리나와서이것좀보소"하고거실로불러낸다.
한참롯데가이기는경기를신나게보고있는데나오라니약간짜증이났지만,또심기를거슬렀다간저녁식탁이피곤할것같아나갔다.
거실TV에선부산부평동시장의풍성한먹거리들이한창소개되고있었다.
얼핏보니전에보았던걸재탕하는거라건성으로"뭔데?"했더니"화면에나오는당면한번봐요"한다.
과연화면에선당면을국수처럼삶아숙주와야채등속을올린후양념장을넣어맛있게비빈다.
그러곤리포터가한젓갈먹어보더니맛이좋아죽는시늉을한다.
아내가그걸보더니"저걸보니옛날국제시장에서고래고기하고가자미식해사먹던생각난다"하며잠깐추억에젖는눈치다.
아내는여고시절까지보수동에서살아그곳먹거리들에대한향수를아직도지니고있다.
나도신혼시절국제시장에서부산명물’완당’을얻어먹은적이있으니까-.
TV에서당면국수를보니어릴적어머님이해주셨던음식이생각난다.
50년대배고프던시절,4남1녀의우리집도한끼식사량이만만찮았다.
그러다보니음식들이질보다는양위주로만들어졌다.
하지만어머님의손맛이워낙좋아(다들그렇겠지만^^)우린군소리없이잘도먹어주었다.
그당시끼니가부족할듯하면잘만드신음식이있었다.
오뎅국에당면을넣어요리를하는것이다.
대개오뎅국에는어묵과무,그리고가래떡(진주말로는’떡가래’)을넣는다.
그런데그유명하다는’부산오뎅’집을서울에서몇번가봤지만아직까지가래떡을넣어주는집을보질못했다.
간혹오뎅집사장에게"왜가래떡을안넣느냐"고물으면"아니오뎅국에가래떡을어떻게넣어먹어요"하고오히려나를이상하게쳐다본다.
하기사이사람은오뎅국에넣은가래떡맛을아직안봤으니까-.ㅎㅎ
어머님은한술더떠오뎅국에당면을넣어끓여주었다.
물론양도푸짐했지만생각보다그맛이대단했다.
그맛이란국수맛하고는또다른,미끈하면서도잘넘어가는색다른맛이었다.
당연히배도든든하고-.
지금도그맛이생각나서아내에게만들어먹자고사정하면일언지하에거절이다.
말인즉슨,그건춥고배고플때먹는거고요새그런음식을누가먹느냐는거다.
그런가?하기사배부른요즘옛날음식맛이그때그맛일순없겠지.
스스로위로해본다.
먹고싶어떼를쓰다가낭패를본옛날생각이나서다.
또옛날얘기-.
중학생때든가,아무튼50년대말얘기다.
당시는8.15광복절에집집마다미군씨레이션을한박스씩배급하곤했다.
그안에는초콜렛,껌,은박지에든커피,젤리,쇠고기통조림등이들어있어가히만물상자였다.
그중내눈길을끈게있었다.플라스틱통에든노란치즈였다.
그때누가이르기를치즈를뜨거운밥에비벼먹으면맛있다는거였다.
어머니를졸라(그것도냄새가독해못먹는다는것을)뜨거운하얀쌀밥(당시는참귀했다)에치즈를비볐다.
아니나다를까.어머님의우려(?)대로치즈의역한냄새때문에한숟갈입에넣었던밥을뱉어낼수밖에없었다.
그러곤아까운쌀밥을구정물통에버리면서꾸지람하는어머님의잔소리를저녁내내들었다.
그기억으로오뎅국에당면을넣어삶아먹자는말을아내에게강력하게할수없었다.
그렇지만당면의또다른변신은분명괜찮을터인데아쉬울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