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는 마음으로

어제,오늘이틀에걸쳐사무실을쉬었다.

마침일도한가하거니와아내의엄한(?)명령을따르지않을수없었기때문이다.

어제아침일어났더니아내가나더러오늘하루쉬면어떻겠냐고물어온다.

왜냐니까아침에딸네집에가서둘째외손녀를좀봐줘야겠다는것이다.

첫째외손녀유나가지난밤두번씩이나토하고열이있어병원엘가는데둘째를데리고갈수가없다는거다.

순순히승락하고집을나섰다.아내는언제부쳤는지유나가좋아하는호박부침개까지싸준다.

딸네집은우리집에서그리멀지않은거리에있다.

마을버스로연세대앞에내려171,172번을타면금방이다.

비까지내렸지만며칠만에외손녀둘을만날생각을하니즐거운마음가득이다.

세살배기유나는나를보자뛰어와서목을안고난리다.

이제여섯달째접어드는예나는나를알아보고빙긋이웃는다.참으로귀엽다.

딸이유나를데리고병원을다녀오는동안우유를먹은예나는곱게단잠에빠진다.

점심먹고가라는딸을뿌리치고내가좋아하는국수가게를찾아가서잔치국수한그릇을비웠다.

마침그아파트인근에괜찮은국수가게가있어가끔들리는곳이다.

오늘아침에도딸네집을다녀왔다.

아내는어제,오늘봐야할일이있어대신순순히애비구실을했다.

다행히도유나는열도정상이고경과가좋아한시간쯤예나를안아주고왔다.

여섯달배기가내팔에안겨빤히올려다보는눈매가그지없이귀엽다.

유나가마트에서계산하는장난감을가져와서놀아달라고떼를쓰는통에속절없이세살배기의친구가되고말았다.평생안하던짓이었다.

내가생각해도우스웠다.

앞의어떤글에서도얘기했듯이나는딸에게많은빚을졌다.

딸이출생한1978년5월15일,출장을핑계로아내를병원에입원시키고강원도정선을다녀왔었다.

재미있는건그때정선에가서인터뷰했던정선성당신부님이어제조선일보에서울시복지대상을받았다고소개된뉴질랜드사람브레넌로버트존(한국명안광훈)신부였다.

그날정선신협을도와준본당신부님을만나러정선까지갔던것이다.

딸이자라면서도나는일을핑계로따뜻하게애비구실을못했다.

애가결혼하기전밤10시가넘어휴대폰을받지않으면문을잠가놓고2,30분씩밖에서떨게했던못된애비였다.

결혼후4년동안우리집가까이있어가끔씩불러내저녁밥도사주곤했지만곧김포로이사하게되어외손녀들보기도쉽지않게되었다.

다행인것은,이사갈집이아들네와같은아파트단지여서그나마위안이된다.

애들과놀다점심때쯤집을나오니유나가야단이다.

엄마가할아버지께인사하라니까눈을흘기며"할아버지너무해"하고소리친다.

그래도엄마가"유나,배꼽인사"하니마지못해인사한다.

애들이눈에밟혀집을나와선집으로바로가는버스를타지않고성미산과서교동,홍대앞을둘러신촌까지오는버스를탔다.

진작애비노릇착실히못하고진빚을이제부터천천히갚을요량이다.

이틀동안애기봐준것은,원금은고사하고밀린이자몇푼갚은정도겠지.

앞으론아무래도자식들에게진빚을갚는마음으로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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