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님의 양말
BY 바위 ON 9. 20, 2012
‘난세(亂世)가영웅을만든다’더니,요즘세상안팎이어수선하다보니나라를구하겠다고나서는인물들이많다.
좋은일이긴한데,자천타천의내로라하는사람들의면면을보아하니글쎄,그들의뱉는말들을다믿기는좀그렇다.
우리국민들이바짝정신차려올해대선에선제발대한민국을위해헌신적으로땀흘릴진짜일꾼을뽑았으면한다.
하나같이’지도자입네’하고나서는인물들을보니이가을에유독생각나는주교님이있다.
이미하늘나라로가셨으니이젠그분을얘기해도될것같다.
항상얘기하지만나는가톨릭신자가아니다.하지만,직장생활하면서업무와연계되다보니많은신부님들과신자들을만났다.
그동안서너차례그분들의얘기를올렸다가아무래도마음이불편해삭제를하곤했다.
세상에드러내지않고살아가는그분들의선행을함부로올렸다간오히려폐가될것같아서였다.
M교구의J주교님은70년대후반이미칠십을훨씬넘기신분이셨다.
작은체구에약간허리가굽은주교님은언제나웃는얼굴로인사하고남을배려하는인정많으신할아버지였다.
주교님을처음뵌곳은33년전인1979년5월S군에있는음성한센씨병환자촌이었다.
미사를집전하시는주교님을뵙고점심식사자리에초대되었다.
주교님은한센씨병환자들과서스럼없이악수도하고편안하게그들과식사를하셨다.
난생처음그들과한자리에서식사를하게된나는밥한공기를먹으며진땀을흘려야만했다.
그후업무관계로M시를갈때면종종교구청을찾아가주교님을뵙고인사를올렸다.
그때마다주교님은내어깨를만지며"젊은사람이고생이많네.부지런히해"하고격려해주셨다.
간혹성당의행사에서만나식사라도할때면"많이먹어.젊은사람은많이먹고많이일해야해"하며손수고기를집어주시기까지했다.
80년대초우리가업무를추진하면서독일원조단체의도움을받으려고했다.
한국주재책임자가사무실을방문했기에좀도와달라고사정했다.
책임자는한참생각하더니좋은방법이있는데,교구주교님의추천서를받으면쉽게해결될수있을거라고했다.
다음날주교님을찾아뵙고말씀드렸더니그자리에서흔쾌히싸인을해주셨다.
주교님의추천서한장으로우리는일을쉽게해결할수있었다.
지금도생각나는건주교님의양말이다.
주교님을뵙고차를마실때주교님이신으신양말을자주보았다.
대개슬리퍼를신으셨지만양말은기워신으신게많았다.
심지어는입고계신옷(‘수단’이라고들었다)도앞자락을기워입은것이었다.
자신에게는한없이엄격하고검소하신모습이었다.
이런모습이진정한지도자,특히영적지도자의모습이아닐까.
요즘교회가세습을하고,목회자가기업체의창업자처럼행세하는꼴을보면서진정한영적지도자의모습을생각해본다.그들이언필칭입에담고사는’예수님’은어디에감추고못난그들의얼굴만들이밀까.
예수님이이꼴을보고뭐라고말씀하실까.
J주교님이생각나는이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