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국의 추억

고맙게도이곳을찾아오셔서제못난글을읽어주시는님들께서혹시이런의문을가질지도모른다고생각해봅니다.

도대체바위란사람은웬추억이이다지도많아?

글제목들에추억이많이들어가잖아.스테파노,슈베르트도추억하고군불때는것까지추억하니-.

할말없습니다.이제인생칠십을바라보니모든게추억이더라고요.

좋은건말할것도없고,아쉬웠던것,슬펐던것까지도-.

저는식성食性이까다롭지않습니다.

기본적으로밥과국,김치만있어도잘먹습니다.

거기다가좋아하는생선이있거나매운고추,젓갈이있다면최상의밥상이되겠지요.

김치찌개에돼지고기대신멸치를넣어달라고아내에게부탁할정도로좀담백한걸좋아합니다.

특히아내가끓여주는시래기국을참좋아합니다.

아내의국끓이는솜씨도괜찮지만,옛날어머님이끓여주시던그맛은아닙니다.

물론,입맛이고급화(?)되었고,그시절의맛이지금도그대로느껴질진장담할수없지만그래도옛날그맛이그리운걸어쩝니까.

5,60년대우리집담벼락이나처마끝엔겨울철이면언제나시래기가엮어져걸려있었습니다.

겨울초입에김장하면서무청이나배추솎은것들을수십줄엮어걸어놓곤아침마다시래기국을끓였습니다.

구수한된장을쌀뜨물에풀어멸치를넣고끓인시래기국은아침마다대하는단골음식이었지요.

아침마다마주하는시래기국이지만절대로물리거나지겹지않았습니다.

오히려숟갈로국을뜰때올라오는구수한된장냄새는깔깔했던입맛을자극해식욕을돋우었지요.

어머님이끓여주신것말고기막히게맛좋았던시래기국의추억이있습니다.

1970년9월께,군에서제대하고잠시쉬고있자니이웃집에서청탁이들어왔습니다.

초등학교여선생님이출산으로쉬는데학교에서대신임시교사를넣어라고한다는겁니다.

저더러석달정도만임시교사를해달라는부탁이었지요.

진주에서산청쪽으로가다보면나오는Y초등학교였습니다.

한학년이한반으로교장선생님을포함해서선생님이일곱분정도되는작은학교였습니다.

학교생활은참재미있었습니다.

더좋은건,점심시간이면선생님들이인근식당에서식사를하는데밥맛이끝내주는것이었지요.

특히시래기국을내오는데,어떻게그런오묘한맛이나올수있을까요.

평범한시래기국에다가그집에선호박잎을으깨어넣고작은애호박을주먹으로쳤는지불규칙적으로쪼개진걸넣어희안한맛을창조했었지요.

그맛에반해날마다점심시간이기다려질정도였습니다.

또하나,칼칼하고기막힌시래기국을만난건전북익산에서였습니다.

십수년전일때문에익산을자주찾았습니다.

한번은기차를타려고역엘갔는데시간이맞질않아한시간이상기다려야했습니다.

다방에앉았기도그렇고해서인근식당을찾았지요.

좀이르긴했지만밥을시켰더니시래기국이따라나왔습니다.

국맛이예사롭지않았습니다.청양고추를다져넣어매콤하고깔끔한그맛은옛날고향에서어머님이끓여주시던바로그맛이었습니다.

그후로는그집을자주찾았지요.

쇠고기국이좋다고해도한국사람에게시래기국만한게또있을까요.

통영서호시장에기막힌시래기국집이있단소릴듣고통영갈때마다가려고했지만번번히실패했습니다.

아내가"멀리여기까지와서시래기국먹는다는게말이되느냐"고타박하는통에딴식당으로발길을돌릴수밖에없었지요.

언젠가혼자가서실컷먹어볼생각입니다.

시래기국을생각하면아련한옛추억이떠오르는건저혼자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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