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성화

아침부터아내의성화가만만치않다.

성화인즉슨,영화’광해’를보러가자는것이다.

퇴근시간을좀당겨오후5시에홍대입구역에서만나자고한다.

난일언지하에거절이다.

요새우리나이에젊은애들틈에끼어영화를보는게말이되냐며거절한다.

그건명분이고,사실나는우리나라영화가싫다.

별것아닌인간들이무슨엽기적인소재를들고나와예술입네,사회적이슈입네하고설치는게비위에거슬린다.

그렇지만옛날엔나도대단한국산영화팬이었다.

60년대김진규,문정숙의’흙’이란영화를보고작고한김성태교수의영화음악에반했었다.

특히김진규씨의매력에빠져우리영화의고전이된’사랑방손님과어머니’를비롯’벙어리삼룡’,’로맨스빠빠’,’성춘향’등을선생님의눈을피해숨어서보았다.

당시만해도학생이영화관에서교외지도교사에게잡히면유기정학을먹던시절이었으니까.

그때의한국영화는나름대로가슴찡한인간미도있었고낭만도있었다.

그런데요즘의한국영화는너무폭력적이고엽기적이어서보기싫다.

하지만아내의청을무작정거절할순없으니들어주는대신내요구조건을내세우는거다.

언제부터인가우리부부는상대방의청을들어주면반드시요구조건을거는관습이있다.

그렇담오늘은무슨조건을내걸지?

부산에놀러가자는건너무크고,간단히일식집에라도가자고할까?

퇴근때까지잔머릴굴려봐야되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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