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죽 끓이던 날
오늘처럼잔뜩가라앉은날씨에비까지촉촉히내리는날이면따끈한게생각난다.
게다가단풍까지절정을이루고비에젖은낙엽이신발에착달라붙는날이면뜨끈한아랫목이금상첨화다.
누구는’신발에달라붙는낙엽’을힘없는백수의남자들로비유하지만반드시남자들에만해당되는건아니다.
입장바꿔놓고보면그반대의여자들도분명히있을테니까.ㅎㅎ
어릴적이맘때는피폐한중에서도먹을게풍족했었다.
가을걷이도대충끝나마당한켠의헛간엔보기만해도배부른가마니들이차곡차곡쌓여졌다.
나락은물론고구마,콩,팥,누렇게익은호박까지빼곡이들어찼다.
그중에서도가장흔한건고구마였다.
간식꺼리가귀했던때라어머니는날마다밥과함께고구마를쪄냈고,우리는시도때도없이고구마를먹어댔다.
한밤중배가훌쭉해지면우리는또고구마를먹었다.그렇지만늦은밤의고구마는후유증이있었다.
새벽녘이면목구멍으로신물이올라오거나속이쓰린곤욕을치렀으니까.
한겨울이면추위에적당히언생고구마는참으로달고시원했다.
겨울밤칼로깎은생고구마를한입깨물었을때의그맛은요즘쉽게찾을수있는맛이아니다.
지금은건강식품으로’귀하신몸’이된고구마를먹지만그땐정말먹을게없어매일같이고구마를먹었다.
그래서하도질려요즘은웬만해선고구마를잘먹지않는다.
대신피자가게에서맛본고구마샐러드는먹을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