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포근했던지난1월15일,수원의B신협을찾았다.
그조합이내년이면창립20주년을맞아발전사(發展史)를만드는데내가집필을하고있다.
지난연말까지원고절반가량을주기로약속했지만며칠늦어진셈이다.
오전11시반쯤방문했다.이사장과이야기를나누는데점심시간이되었다.
전에점심을잘얻어먹었는지라오늘은내가사겠다고했더니무슨소리냐며펄쩍뛴다.
그러곤전무가앞장을서는데조합인근시장에자리한아담한식당이다.
겉보기보단안쪽이훨씬넓었다.빈대떡굽는냄새가진동하는데홀안은벌써만원이다.
방에들어가앉았더니금새빈대떡과막걸리를내온다.서울막걸리다.
이사장,전무,담당과장과넷이서덕담을나누며건배를했다.
술이한순배돌때쯤밥이왔다.각종나물과된장찌개를곁들인보리비빔밥이었다.
도우미아줌마에게혹시쌀밥은없느냐고물었다.없단다.
그럼밥을절반만덜어달라고부탁해서한그릇잘비웠다.
이사장이웬일이냐고묻길래잠시지난얘길했다.
어릴적어머님이장남이라고아버님과나만쌀밥을퍼주던얘기를-.
그래서무슨음식이든잘먹지만보리밥만은먹질못한다는얘길했다.
이틀후모처럼김포딸네를갔다.
아내가작은외손녀가눈에선하다며노랠부르기에따라나섰다.
저녁시간에맞춰이웃에사는아들이일찍퇴근해서엄마눈칠보며(애비에게술가져오는걸싫어한다.외국출장가서양주사왔다가싫은소릴많이들었다)스페인산와인한병을가지고왔다.
아내가맛깔스런반찬을만들어기분좋게와인을한잔하는데내오는밥공기를보니잡곡밥이다.
가만히보니보리가보인다.마침과외갔다가들린손자에게밥을내주며와인만마시겠다고했다.
그랬더니아들이눈칠채고"아버지,의사가쌀밥은당분덩어리래요"한다.딸도"아빠,몇알섞이지도않은보리좀먹으면안돼?"하고거든다.
나는"야,쌀밥만먹으면몇년덜산대도할수없다"하고잘라말했다.
아내의불만중하나는내가보리밥을먹지않는것이다.
나만좋다면보리밥을’지룩~하게’해서먹을터인데-.
그렇지만내가다른잡곡까지싫어하는건아니다.보리를뺀팥이나콩,조등은잘먹는다.
지난일이지만,보리밥때문에군대가서며칠고생하긴했다.
67년12월창원훈련소엘입소했다.저녁에밥이나오는데쌀보다보리가훨씬많은보리밥이었다.
도저히목엘넘어가지않아꼬박이틀을굶었다.
그런데사흘째되는날부터는신기하게도보리밥이잘넘어갔다.
나중엔침상에떨어진보리밥풀까지주워먹을정도로-.
그렇지만제대하고나니’원상복귀’였다.
누가뭐래도나는쌀밥을좋아한다.
아내에게쌀은최고좋은걸로사라고늘당부한다.
이상한건전혀보리밥을먹질않은자식들과손주들이스스럼없이잘먹는것이다.
그래서나만항상’나쁜아빠,할아버지’가될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