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시는 날

봄을재촉하기라도하는듯비가내린다.

새벽녘잠결에창문을두드리는빗소리를듣긴했다.

겨울같지않은포근한날씨에촉촉히대지를적시는빗방울을창밖너머보고있자니쇼팽의’빗방울’전주곡이라도들으면제격일것같다.

금요일은내게좀한가한날이다.

점심을집에서먹고사무실에나가도된다.

교회에간아내대신집안정리를대충하고한잔의커피를마신다.

이런날음악이빠질순없지.

엊저녁늦게까지들었던퀴만투(QUIMANTU)CD를다시올린다.

바이올린과저음삼포냐의애절한화음이심금을울리는첫곡’하늘나라에서울리는환영의찬가’가흘러나온다.

‘퀴만투’란말은’대지의사람들’이라는뜻이란다.

마우리시오베네가스(MauricioVenegas)가주도하는혼성5인조가연주하는곡들은안데스지역의전통악기만으로연주하고있어가슴속을파고든다.

바리톤음역의노래도따뜻함이묻어있다.

그렇지만이노래들은칠레안데스지역의민중들이겪었던고단한삶을애틋하게호소하고있다.

이들은두장의앨범을내놓았는데,’태양에이르는길(CaminoAlSol)’과’안데스산맥으로의순례(Pilgrimageto

theAndes)’이다.

내가가진CD는’안데스…’로스페인식민시절안데스산맥의광산에끌려갔던노동자들과인디오들을추모하기위해미사곡형태로만들어진안데스음악의최고걸작들이다.

특히두번째곡’키리에(Kyrie,주여,불쌍히여기소서)’는이들의대표곡으로꼽힌다.

이곡은해발4천미터이상의고지에끌려가값싼노임을받으며탄광에서인간두더지생활을했던인디오들이신께드렸던애절한기도를노래하고있다.

"광부들을불쌍히여기기를신께기도합니다.

그들의땀과노동과고통을불쌍히여기소서

그들의아들딸을위해

그들의밀과빵을불쌍히여기소서

정의와평화로

그들의열망을불쌍히여기소서

노동자의신이시여나의간청을들으소서

당신의빛으로광산과내마음을비추소서

여기죽어간이들을위해당신의사랑과자비를베푸소서

신이시여,불쌍히여기기를당신께간청합니다.

광부들을불쌍히여기소서

신이시여,불쌍히여기기를당신께간청합니다.

불쌍히여기소서"

유려한선율과간절한간구를노래하는퀴만투의노래가낮한때를포근하게감싼다.

비오시는날,따스한시간을보내게해준그들의노래위에신의축복있기를-.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