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매스콤을떠들썩하게하는성추문으로현직차관이사퇴했다는얘기가화제다.
신문에나온얼굴,그반듯하게생긴얼굴로그와같은스캔들에휘말렸으니사실여부를떠나그심사가어떨까.
또본인은그렇다치고그가족들은….
한때는주윗사람들의선망의대상이었다가이젠손가락질당하는신세가되었으니,그마음인들오죽하랴.
이제이나라에서한자리하겠다고’대망의꿈’을키우는인사들은끝없는나락으로추락하는저들의모습을보며오얏나무아래서갓끈을매는일은삼가해야할것이다.
작가이문열은’추락하는것은날개가있다’고했지만오늘의세태(世態)는단연코추락하는것엔날개가없다는걸보여주고있다.
오히려날개없이추락하여맨땅에머리가박혀만신창이가된저들을향해비웃음과질타를보낼뿐…
오래전읽었다가책장에둔이문열의소설’추락하는것은날개가있다’를다시꺼내대충훑어보았다.
대학시절만나연인이되었던임형빈과서윤주의애틋한사랑이야기를외교관의입을통해들려준다.
오스트리아그라츠의교외에서벌어진치정으로인한살인사건이다.
마지막장에서임형빈이사랑했던여인서윤주를권총으로쏘았을때피흘리며죽어가는여인의입에서나온소리가여운을남긴다.
"그래…됐어…실은나도하루하루꺼져가는촛불같은우리삶을…망연히보고있기가괴로왔어…그런데…그런데말이야…바보같이너는왜…일찌감치내게서달아나지않았어?그렇게도여러번…기회를주었더랬는데…이렇게함께추락하는게안스러워….."
임형빈이그기나긴얘기를마쳤을때는이미날이훤히밝아오고있었다.
……..
나는제법진지하게그답을생각해보았다.하지만군쯔경위에게잠든임형빈을넘기고경찰서를나올때까지도그답은얻어지지않고,임형빈이얘기도중에인용한잉게보르크바흐만의시구만이휑한머릿속을떠다닐뿐이었다.
-추락하는모든것은날개가있다-
이문열이인용한시를남긴잉게보르크바흐만(IngeborgBachman)은1926년오스트리아에서태어나1973년47세에이탈리아로마의자택에서화재로세상을떠난시인이자소설가였다.
그녀는1950년하이데거’실존철학의비판적수용’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1968년에는오스트리아문학부문국가대상을받기도했다.
1953년처녀시집으로’유예된시간’을출간한이래많은작품을남겼다.
그녀의시’추락하는것은날개가있다’를소개한다.원제는’놀이는끝났다(DasSpielistaus)’이다.
추락하는것은날개가있다.
사랑하는나의오빠,언제우리뗏목만들어
하늘을따라내려갈수있을까요?
사랑하는나의오빠,곧우리의짐이너무커져서
우리는침몰하고말거예요.
사랑하는나의오빠,우리종이위에다
수많은나라와수많은철로를그려요.
조심하세요.여기검은선(線)들앞에서
연필심과함께훌쩍날아가지않게요.
사랑하는나의오빠,만약그러면나는
말뚝에묶인채마구소리를지를거예요.
하지만오빠는어느새말에올라죽음의계곡을빠져나와
우리둘은함께도망치고있군요.
집시들의숙영지에서,황야의천막에서깨어있어야해요.
우리의머리카락에서모래가흘러내리는군요.
오빠와나의나이그리고세계의나이는
해로헤아릴수있는게아니랍니다.
교활한까마귀나거미의끈끈한손,
그리고덤불속의깃털에속아넘어가지마세요.
또게으럼뱅이의나라에서는먹고마시지마세요.
그곳의냄비와항아리에선거짓거품이일거든요.
홍옥요정을위한황금다리에이르러
그말을알고있던자만이승리를거두었지요.
오빠한테말해야겠어요.그말은지난번눈과함께
정원에서녹아서사라졌다고말이에요.
많고많은돌들때문에우리발에이렇게상처가났어요.
발하나가나으면우리는그발로펄쩍뛸거예요.
아이들의왕은그의왕국에이르는열쇠를입에물고
우리를마중하고,우리는이런노래를부를거예요.
지금은대추야자씨가싹트는아름다운시절!
추락하는이들마다날개가달렸네요.
가난한이들의수의에장식단을달아준것은빨간골무,
그리고오빠의떡잎이나의봉인위로떨어지네요.
우리는자러가야해요.사랑하는이여,놀이는끝났어요.
발꿈치를들고,하얀잠옷들이부풀어오르네요.
아버지어머니가그러는데요.우리가숨결을나누면,
이집안에서는유령이나온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