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맛의 ‘겨울나그네’를 들으며…

이세상에많은음악이있지만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는내게있어무척각별한곡이다.

지난64년봄대학입시에낙방하고음악동호회(주피터음악회)를만들어첫감상회를가졌을때친구K가선물한것이지구레코드에서나온,당시로선보기드문두장으로된겨울나그네였다.

바리톤피셔디스카우의’비로드’처럼부드러운음색에감명을받아두번째감상곡으로정했고,4면에수록된구스타프말러의’방황하는젊은이의노래’는푸르트벵글러가지휘하는베르린필의반주여서소중하게간직했다.

그후동산예식장에서매주감상회를할때감상객이적어대관료를못낼땐더러담보물로저당잡히기도했었다.

그렇지만세월이반세기나흐르다보니그음반은종적을감춘지오래되었고,대신CD로된여러사람들의노래가내곁을지키고있다.

그래서간혹옛날그시절이그리울때면거의어김없이디스카우의겨울나그네를듣곤한다.

요즘은많은사람들이부른겨울나그네를시중에서구할수있다.

아무래도디스카우의노래가’전설’이지만너무흔하게듣다보니싫증난사람들은테너가부른고음의겨울나그네를즐겨듣기도한다.

FM방송에서침이마르게좋다고주절대는이안보스트리치의것도있고오래전에나온페터슈라이어의노래도있다.그렇지만나는테너가부르는겨울나그네는단연피터피어스와벤자민브리튼의것으로꼽는다.

이두사람을처음대한것은거의반세기전슈베르트의’아름다운물방앗간의처녀’를통해서였다.

처음피어스의노래를들었을때느낀것은꾀꼬리처럼간들어진음색이었다.

디스카우의슈베르트는다분히염세적이고회한에찬분노의그림자가강한데비해피어스는감칠맛나고물흘러가듯유려한미소마저느끼게해준다.특히제10곡’눈물의비’나제18곡’시든꽃’을피어스의노래로들으면’고뇌’가’따스한위로’로변한듯한착각마저일으키게한다.

이처럼젊은날내게큰기쁨을주었던그음반,재킷에10대후반의미소년슈베르트의웃음띤얼굴이그려져있던그음반은어느샌가내곁을떠나가고없었다.

그러다가추측컨대80년대후반,피어스의음반을찾던내게물방앗간이아닌겨울나그네가찾아왔다.

좋지못한음질이었지만피어스를그리던내겐크나큰위안을주었던음반이었다.

90년대들어LP음반이사라지고CD로교체되면서무겁고거추장스런음반들을정리할때혹시나해서피어스의겨울나그네를테이프에녹음해두었다.

그후까맣게잊었다가며칠전쌓아둔테이프를정리하면서그테이프를다시찾게되었다.

그래서요즘피어스와브리튼이연주하는색다른맛의겨울나그네를만끽하고있다.

가끔씩은인터넷검색을통해두콤비가연주하는물방앗간처녀도단편적으로감상하면서…

맑고유려한,약간은코맹맹이소리를곁들인피터피어스의노래는요즘내게새로운즐거움을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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