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여는 팡파르 ‘이탈리아 기상곡’

세월의흐름은막을수없나보다.

그토록강추위에폭설로우리들마음을꽁꽁얼어붙게만들었던동장군도물러간다.

이제이땅의사람들은따뜻한햇살과남녘에서피기시작한매화,벚꽃의화신(花信)으로온통가슴설랠것이다.

오늘아침출근길에보니연세대담벼락의개나리가제법노란꽃잎을피우고있다.며칠후면샛노란개나리꽃이온담벼락을뒤덮어봄아가씨의자태를대신하겠지.

서울에서맞이하는봄의전령은뭐니뭐니해도개나리꽃이렷다.

음악에서봄의전령은어떤곡일까.

혹자는비발디의’봄’이라고할수도있고,베토벤의’봄소나타’나’봄메뉴엣’을들수도있겠지.

지난토요일KBS1FM에서들려주었던스트라빈스키의’봄의제전’은무늬만’봄’이지내겐영~아니올시다였다.

해설자는현대음악이세계1,2차대전으로인한인간심성의피폐로그와같은’난(難)음악’들이태어났다고’강변’했지만…그래도음악은들어서즐거워야지,무슨고뇌에빠지겠다고음악을듣나.

모차르트의가곡’봄의동경’이나홍난파선생의’봄처녀’도좋겠다.

그렇지만내가느끼는봄의전령은차이코프스키의’이탈리아기상곡'(ItalianCapriccio,op.45)이다.

곡의도입부에서울려퍼지는트럼펫의팡파르.그유장한멜로디는차이코프스키가이탈리아여행중로마에서묵었던호텔부근왕실기병대의막사에서매일밤이면울려퍼지던곡이라고한다.아마취침나팔소리쯤되겠지.

차이코프스키가이곡을작곡했던1880년즈음은그의심기가매우불편했던시절이었다.

그가모스크바음악원교수로재직했던1877년,37세의노총각은여제자안토니나미리우코바와전격적인결혼을하지만신혼여행을다녀온후파경을맞았다고한다.

그후부터그는심한우울증과신경쇠약에시달렸고,보다못한동생모데스트가밝고따뜻한남쪽나라를찾아그를데려간곳이이탈리아였다.

1879년12월성탄절에그들형제는로마에도착했지만값비싼호텔에서의생활도그렇게행복하지못했다고한다.

피아노소리가시끄럽다고삿대질해대는아랫층노(老)장군과가나오나유명인이떴다하면찾아와서주접을떨어대는속칭’귀부인’들의등쌀에심신의안정은커녕오히려피로는더해갔다.

게다가이듬해인1880년1월하순부친의사망소식까지접하고보니그의심사가어땠을까.

부친의소식을듣고차이코프스키는엉엉소리내어한참동안울었다고한다.

실컷울고나면속이풀리고기분도’업(up)’되는것일까.

그후부터그는평온한마음을갖고밝은태양과정열적인음악이폭풍처럼몰아치는이탈리아의분위기에젖어민요를채집하기도하고낙천적인삶의향기를흠뻑호흡했으리라.

그해3월귀국한그는5월여동생이사는한적한시골마을카멘카로가서이곡을완성했다.

이여동생의집은그가작곡한현악4중주곡1번2악장’안단테칸타빌레’의주선율을채집한곳이기도하다.그가여동생의집에머물때집수리를하던미장공이콧노래로흥얼거렸던그지방의민요가바로주선율이었다.

어쨌든이곡은대개다섯토막으로짜집기된이름그대로자유분방한기상곡(奇想曲)이다.

도입부분의트럼펫팡파르는말할것도없고,목관악기로연주되는매혹적인선율’아름다운아가씨’는이탈리아의민요에서따왔다고한다.

게다가정열적인이탈리아의춤곡’살타렐로’와’타란텔라’의흥겨운멜로디는음울한’러시아의북극곰’이느낀최고의희열이었으리라.

이곡이연주되는15분여내내우리는세상의찌든때가씻겨나가는상쾌함을만끽할수있을것이다.

내가이곡을처음접한것은1964년의봄이었다.

대학입시에떨어지고재수할요량으로빈둥거릴때고전음악을좋아했던초등학교동창을우연히만났다.

이런저런얘기끝에그가고전음악에푹~빠져많은디스크를갖고있단소릴듣고그후부터그친구집을자주드나들게되었다.거기서들은곡이차이코프스키의’이탈리아기상곡’이었다.

처음들었을때그유려하면서도장엄한트럼펫의팡파르는순간전율을느끼게했다.

그래서요즘같은계절,겨울이가고봄이오는3월하순에잘어울리는곡이라고생각된다.

요즘도마음이좀답답할적엔이곡을즐겨듣는다.

그것도레너드번스타인이지휘하는뉴욕필의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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