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옛 것이 좋다.

흔히들구세대를’아날로그세대’라고빗대어말한다.

이말은’디지털’로대표되는간편함과세련된멋이구세대엔없고,더디고맹~하다는뜻일게다.

예전엔요즘CD처럼매끄럽고깔끔하진못해도진공관앰프로턴테이블에음반을얹어들었다.

대개음반에서잡소리가났는데,그걸진주모레코드가게사장님은’깨볶는소리’라고했었다.

아무리투박하고한템포느리다고타박들하지만그래도나는옛것이더좋다.

그러다보니음악을좋아하면서도내귀는항상60년대에머물러있다.

그래서요즘잘나가는지휘자나연주자들의이름은잘모른다.

내가가진CD들가운데가장아끼는건아르투로토스카니니가NBC교향악단과,또빌헬름푸르트벵글러가베를린필과만든베토벤의교향곡전집이다.

물론카라얀이베를린필과녹음한것도있긴하지만앞의두지휘자의연주를더아낀다.

젊은시절고전음악에빠져있을때누군가가이런얘길했었다.

"토스카니니와푸르트벵글러가지휘하는베토벤교향곡5번을들어보면고전음악의묘미를느낄수가있다.왜냐면토스카니니는작곡자의악보에따라연주하고푸르트벵글러는감성에따라연주하기때문이다."

내가좋아하고즐겨듣는지휘자들은대개가60년대에이름을날렸던사람들이다.

브루노발터가그렇고유진올먼디,레너드번스타인,스위스로망드의앙세르메도참많이들었다.

발터의베토벤’영웅’도좋았지만올먼디의드빗시’월광’은관현악편곡의극치를들려주었다.그유려한목관악기의흐름은가히환상적이었다.

번스타인에매료된건70년대초KBSTV를통해소개된’청소년음악회’를보고서였다.

어린이들이엄마손을잡고콘서트홀에앉으면번스타인이나와곡을해설하고주요테마는직접오케스트라가연주하게하면서진행했다.때로는그가직접피아노를치며주제를설명하기도했다.

몇년전EBS에서다시보내주는걸봤는데세월이흘러서인지그때의감흥은나질않았다.

연주자들도마찬가지다.

피아니스트는빌헬름켐프(그가연주한베토벤의피아노소나타전집도애지중지하지만),아투어루빈슈타인,호로비츠를좋아한다.

70년대초진주시교육청에서우연히루빈슈타인이연주하는쇼팽의스케르초를필름으로보았다.필름테잎이빙글빙글돌아가는영사기로보여준형편없는영상이었지만그때의감동은잊을수가없었다.

바이올린연주자는아직도메누힌,하이페츠,그뤼미오만을고집한다.간혹CD점에들러구경하다가이들의앨범이있으면절대로놓치지않는다.

테너는엔리코카루소,베냐미노질리,페루초탈리아비니,주세페디스테파노를좋아해서이들의앨범만모으고있다.

탈리아비니는내가클래씩에입문하도록계기를만들어주었고,스테파노는이탈리아가곡의진가眞價를맛보게해주었다.카루소의장중한목소리,사탕처럼달콤한질리의감칠맛나는음성을누가흉내내랴.

요즘의테너로는단연루치아노파바로티를빼놓을수가없다.그가부른토스티의’이상’을동영상으로보고완전히반해버렸으니까.

소프라노는단연마리아칼라스,레나타테발디,엘리자베스슈발츠코프를꼽는다.아,로스앙헬레스도있구나.

내가지금까지주워섬긴인물들은요즘사람들이보기엔전부구닥다리들일것이다.

그래서나는솔직히요즘사람들이좋아하는지휘자나연주자들의면면을잘알지못한다.

또내가좋아하는연주자들이있으니까구태여알려고하지도않는다.

그들의앨범만으로도내남은인생이충분하니까.^^

혹자들은나를’아날로그노인’이라고말할지모른다.

그래도나는옛것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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