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입구의목련꽃이절정을이루었다가이내꽃잎이떨어져보기흉하게짖밟히고있다.
우리동네는개나리도없고벚꽃나무도없어봄을알리는건아무래도목련꽃이다.
겨우내메말라있었던나무에어느샌가탐스런하얀꽃이무리지어피는목련은그우아한모습이결코다른꽃들에뒤지지않는다.
노란개나리는그싱그러움으로자태를뽐내고,연홍색벚꽃은그화사함으로시선을사로잡는다.
그렇지만우아한맵시의하얀목련은수줍은색시처럼고즈넉하게엷은미소를머금고있다.
내가목련꽃을처음본건74년4월초순서울로오면서부터였다.
그전까지살았던고향진주에선목련꽃을본기억이없다.
그곳에선봄꽃으로개나리,벚꽃,진달래,연산홍정도였으니까.
서울에온첫날내시선을사로잡은건하얀목련이었다.
상경해서처음자리잡은곳이화곡동이었는데그곳에도많은집들의정원에목련꽃이활짝피어있었다.
주먹만한꽃봉오리에새악시처럼수줍은듯피어있는목련꽃은서정주시인의노래마냥’돌아온누님’과도같은포근함을안겨주었다.
그렇지만길바닥에떨어진꽃잎들이사람들의발길에밟혀짖이겨진모습은마치나락에떨어진순진무구한여인의최후를보는것만같아안쓰럽기까지했다.
하얀목련을볼때마다생각나는사연이있다.
거의30여년전인80년대중반,그해봄에나는어떤인간의모략으로직장을그만둬야될어려움에처해있었다.
그래서윗선의양해를얻어며칠째일을수습코자먼지방에서동분서주했다.
다음날이어린이날이었는데상경도못하고객지에서밤을보내야만했다.
당시아들이중1,딸은초등학교1학년이었다.
그때내맘엔세상살이가왜이렇게각박한가하는좌절감밖에없었다.
해는지고비는추적추적내리는데길가대폿집에앉아소줏잔을기울였다.
밖에내리는빗물이꼭내맘속의눈물같았다.
창밖의비를바라보며애들생각,집생각을하고있는데길건너가게에서노랫소리가들려왔다.
양희은이부르는’하얀목련’이었다.
그노래가왜그리구성지게들리던지이내눈시울이뜨거워졌다.
지금도그노래만나오면그때그봄밤의가슴아팠던추억이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