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애비의 독백

딸아!오늘이네생일이구나.

지난주말김포에서가족들이모여생일잔치를했지만오늘이네생일이라생각하니감회가커구나.

이젠네나이도서른여섯이되었지.

6년전결혼하여이젠두아이의엄마가되었으니참으로감개가무량하구나.

오늘아침네엄마가네게생일축하한다고문자를보냈더니답신이왔다고애비에게보여주더구나.

"존경하는아빠,엄마.저를낳아주셔서감사해요"란네글을보니순간가슴이찡~해오더구나.

과연애비가네게’존경받을’아빠가되었는지오늘하루종일곰곰되짚어보았단다.

또답신에보니김서방이하루휴가내어둘째돌사진을마저찍으러간댔지.

그래,가족넷이서즐거운하루보냈겠지.맛있는것도사먹고….

애비는이글로네게생일축하인사를보낸다.

물론네가읽을수없는글이긴하다마는….

지금도생각하면내가참미련스러웠다고자책한다.

네가이세상에오던날,1978년5월15일이었지.

그날도애비는네엄마와외할머니를적선동산부인과로보내고아침일찍출장길에나섰었지.

그러고보니너만그랬던것이아니었구나.

네오래비가태어났던1973년1월그날도네엄마를진주시내산부인과에보내고애비는아무일도없었던것처럼출근했었지.

그전날내가숙직하다가네작은이모의다급한전화를받고상평동까지달려갔었으면서…

그때도윗분이병원에가보라고일렀지만나는괜찮다고’똥고집’을부렸었지.

나중에네이모로부터아들을낳았다는’축하전화’를받긴했지만…

이게모두덜떨어진’경상도촌놈’의잘못된습관때문이었다.

남자는그런데’디다보는게’아니라는어른들의오랜관습으로말이다.

얘기가옆으로흘렀구나.

네가태어난날애비는강원도정선으로출장을갔었다.

몇달전부터의약속으로그날원주에서동행인을만나함께갔었단다.

정선성당에서주임신부님(뉴질랜드분이었는데,요즘서울에서빈민사목을하신다고얼마전소개된걸보았다)도만나인터뷰도하고이런저런교육도하면서하루를보냈지.

밤늦게여관으로돌아와출산얘길했더니동행인이다짜고짜서울로전화를넣었단다.

당시만해도정선에서서울로전화하는게무척힘들었었지.

가까스로통화를끝내고네가출생했단얘기를했더니그분이당장내일아침첫기차로상경하라고야단이었다.

할수없이다음날일정을취소하고새벽기차를탔단다.

네가오는걸네엄마곁에서지켜봐야하는데애비는그기회를또놓친거지.

잘난일핑계로말이다.

지금도애비는너와네오래비한테빚을안고있구나.

그래도옆길걷지않고잘커서좋은남편만나자식낳고알콩달콩살고있는네모습을보는게애비의가장큰기쁨이란다.

설령그때는어줍잖은심사로반갑게너를맞아주지못했지만이젠옆에서네버팀목이되어줄께.

이젠네소망대로열심히운동해서살도뺄거다.

오늘네엄마와앞으로모래내개천길을자주걷기로했단다.

안산에도주말이면반드시올라가고…

날씬한애비모습이되도록노력할게.ㅎㅎ

딸아,다시한번네생일을축하한다.

항상너를위해,또네남편과자식들을위해열심히기도하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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