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국수

한동안뜸했던어머니의모습이지난밤꿈속에나타났다.

지난5월초고향가는길에묘소에들러카네이션꽃을무덤가에꽂고와서일까.

꿈에서본어머님은내가중,고등학교다닐무렵의젊은모습이었다.

어머님을생각하면먼저떠오르는것이국수다.

참으로신산한삶을살아야만했던60년대초,나는매일저녁끼니로국수를먹었다.

지금은고인이된고종사촌동생과함께지냈던시절,우리둘은매일저녁질리지도않고국수를먹었다.

그때는쌀이무척귀했었고저녁엔거의분식이었다.

분식이래야요즘같은라면은없었고,국수아니면수제비(진주말로는’밀접이’)로저녁을때웠다.

멸치육수에만국수에다가우리는고추장을맵게풀어잘도먹었다.

지금도가끔진주에들리면느끼지만진주사람들은참으로국수를좋아한다.

웬만한길거리엔한집건너’물국수,냉국수’라고써놓은국숫집을발견할정도로….

진주식국수는육수와고명에묘미가있다.

육수는대개멸치를쓰지만격식있게하려면다시마와’띠포리’라는작은생선말린것을쓰기도한다.

고명(진주에서는’끼미’라고한다)은부추(진주말로’소풀’)나물이나애호박을채썰어볶은걸올린다.

멋을더부리면숙주나물을올리기도한다.

여기에참기름을두르고고춧가루와통깨를뿌리면진주식국수가된다.

대다수의사람들은어머니의손맛이최고라고들하지만내어머님이해주신국수는참맛이있었다.

면발은쫄깃했고,육수는남이흉내낼수없는감칠맛이있었다.

게다가어머님자신이국수를무척좋아하셨다.

간혹저녁에먹다남은국수가있으면아침끼니로국수를드실정도로…

당시만해도아침은무조건밥을먹어야하는걸로여겼던내겐진기한광경이기도했다.

되짚어생각하면,어머님이아침양식을절약하시기위해억지로국수를드셨다고할수도있겠지만,나는어머님이진짜국수를좋아하셔서아침에드셨다고믿는다.

그습관은내게로소롯이전해져서나도아내가저녁에국수를먹자고하면엄청기분이좋아진다.

그래서가끔아내는내기분이언잖을때’국수’라는비장의카드를꺼내든다.

그러면내기분은금방풀어지고….ㅎㅎ

저녁에국수가남으면다음날아침에반드시먹어치운다.아내의눈총을받으면서…

이게어머님이진심으로국수가좋아서아침에드신증거이기도하다.

수퍼에들러횟감을사거나내게요긴한걸살때도빼놓지않고챙기는것이국수다.

전에는소면을주로샀지만요즘은중면으로바꾸었다.아무래도씹는맛이좋아서….^^

어머님은생전에냉면도무척좋아하셨다.

그래서가끔"내가죽거든제삿상에딴건필요없고냉면이나한그릇올려라"고말씀하셨다.

그렇지만지금도그’유언’을지키지못하는불효를하고있다.

아,글을올리다보니갑자기국수생각이난다.

진주중앙시장의명물’냉국수’가먹고싶다.

서울처럼얼음갈아넣고부르는냉국수말고찬육수의진주식냉국수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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