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벼리를건너다본진주남강.2013.5.4.11:00>
고향진주를떠올리면생각나는건남강과비봉산,촉석루다.
이세곳은젊은시절가슴벅찬꿈들과아련한추억들을켜켜히묻어둔곳이기도하다.
특히나오늘같은불볕더위가쏟아지는6월이면남강의그푸른물과하얀모래사장이눈앞에떠오른다.
남강南江은이름만큼이나소박하고정겨운곳이기도하다.
내가고등학교를다닐때까지만해도이곳엔넓은모래사장이있었고,길다란뚝(‘섬뚝’이라고했다)이시내와경계를이루고있었다.
그래서남강엘가려면내가살았던골목앞의개천을따라’옥봉양조장’까지나와서작은다리를건너왼쪽으로꺽어들어가야만했다.그입구에초등학교동창인’문이네’가국화빵집을하고있었다.
그앞을지나갈때면고소한빵냄새에걸음을멈추곤했다.달궈진쇠판에다가주전자에담긴밀가루반죽을붓고팥고명을넣어잘익은빵을뒤집는모습을한참이나본후에야발길을옮겼다.
다음에돈생기면저빵을원없이사먹고야말겠다는다짐을수없이하면서…..ㅎㅎㅎ
남강으로가는길양편에는부추밭이있었다.
우리는부추를’소풀’이라고불렀다.부추는진주사람들의단골반찬꺼리였다.
부추밭을지나작은언덕을내려서면넓을모래사장이펼쳐졌다.
6월의남강은아직장마전이어서유유히흐르는푸른강물이우리들가슴을설레게했다.
성급한애들은강물에뛰어들어멱을감기도했다.
멱은7월에들어서야감았으므로우리는’버섯’을놓아물고기를잡았다.
‘버섯’이란양푼에삼베를씌우고그가운데구멍을내어피래미등을잡는기구였다.물론양푼밑바닥엔된장을발라물고기를유인했다.
6월의남강뒤벼리는여인네들로붐볐다.
그때는길안쪽에큰가마솥을걸고양잿물을풀어빨래를삶았고,항상뒤벼리는불길로뜨거웠다.
우리들어머니는빨랫감을대야에이고나와강가에서두드리며헹구었다.
그래서6월의뒤벼리는빨래두드리는방망이소리와여인들의웃음소리,주고받는얘기소리들이뒤섞여한밤중논바닥의개구리울음소리보다더시끌벅쩍했다.
이젠그정겨운소리들도없어진지오래다.
조근조근흐르는강물들의속삭임만있을뿐.
6월의휴일아침이면나는어김없이낚싯대를들고뒤벼리로갔었다.
낚싯대라야대나무였고,미끼는개울가에서파온지렁이를썼다.
낚싯대를드리우고들여다보는강물의그푸른빛과상큼한물비린내를잊을수가없다.
가끔피래미를건져올릴때의그짜릿했던손맛과함께…..
6월의남강에서빼놓을수없는것이있다.
강변을따라울창하게들어서있었던대나무숲이다.
강건너에서대나무숲을바라보면그푸르름이어린가슴을뿌듯하게했다.
그대나무들은우리를보면서곧고,바르게커라고일러주는듯했다.
사시사철대나무숲은새들의천국이었다.
가을밤둥근달아래무리지어나르는새들의행렬도볼만했지만,겨울철칼바람속을가로지르며하늘이새까맣게날아오르는갈가마귀떼들은가히장관壯觀이었다.
지금은대나무숲이없어지고머리칼이빠진듯띄엄띄엄서있어보는이들의마음을안타깝게한다.
6월의진주남강.
그어린시절의남강물은아직도내가슴속에흐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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