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잠간망설이다가다시전화를넣었다.
‘뚜루루루…’분명히신호는가는데응답이없다.
괜히했나.약간의후회도왔지만노인은식탁앞의술잔을끌어당겼다.
소주가목구멍을타고넘어가자전율이오듯온몸이떨려왔다.
이번이두번째전화였다.
삼십여년만에그녀에게두번째전화를넣었다.
그래도무응답,노인은피식웃었다.
그래,그녀가전화를받으면뭔말을할건대?
오랜만이라고떨리는목소리로말할건가.
오히려안받은게잘됐다는생각도든다.
그녀는웃을때입가에살짝보조개가생겼다.
피아노를잘쳐서고교때부터외부행사에많이도불려다녔다.
그래서음악을좋아했던청년과그녀는스스럼없이어울려다녔다.
청년이군복무를마치고왔을때그녀는교육대학생이었다.
그녀는청년의제대를축하한다며조촐한자리를마련했다.
물론둘만의자리는아니었고음악을좋아하는친구들도함께했다.마치슈베르트처럼….
그밤에청년과그녀는집에가지못했다.물론다른친구들도….
엄한가정의외동딸이었던그녀가다음날어떻게고비를모면했는지는청년도모른다.
다음해교대를졸업한그녀가청년을찾아왔다.
"산청으로발령받았어예"
그녀의발령소식을듣고도청년은반갑지않았다.
그녀를붙잡으려면당당한직장이있어야하는데그때까지청년은백수였다.마치슈베르트처럼….
그날청년과그녀는시청앞다방에서꽤긴이야기를나누었다.
앞으로의삶에대한계획까지도…
그래도결정적인이야기는서로나누지못했다.
조금만기다려라,조금만기다릴게요.이런이야기들을…
해가두번바뀌어서로를약간잊어갈무렵,청년은괜찮은직장에서근무하고있었다.
그렇지만그녀에대한생각은올곧게간직하고있었다.
그해2월이었던가.청년의직장으로낯선소녀가찾아왔다.
그러고는청년더러잠간나와보라고했다.
밖에는생각지도않은그녀가기다리고있었다.
"오랜만입니더"청년의인사가끝나기도전에그녀가흰봉투를내밀었다.
멍하니쳐다보는청년을향해그녀는입을열었다."제청첩장이라예"
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네번째곡이’마비(혹은’얼어붙음’)’였던가.
얼어붙어말도못하는청년을두고그녀는살풋이고개를숙이곤자리를떴다.
그후들리는소문에그녀는남편과이혼을했다고들었다.
아들하나도남편이데려갔다고했다.
애틋한소문에삼년전노인은처음전화를넣었다.
전화번호도물어물어알았다.
그러나그때도그녀는전화를받질않았다.
이번이두번째전화였지만응답없기는마찬가지였다.
혹시나를피해서였나.
노인은앞의술잔을다시끌어당겼다.
눈가에살짝이슬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