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7월초하룹니다.올해도절반이꺾였네요.세월참빠르지요.
요즘서울의기온이30도를웃도는불볕더위다보니밤에잠자기도쉬운일이아니던데요.
그나저나제목은복숭아향기어쩌고하면서생뚱맞게장독대에눈[雪]이?
ㅎㅎ하도더워눈[目]이라도시원하라고올린사진입니다.
절대로원두막사진이없어올린건아니니오해마시기를…^^
60년대후반,복숭아가익어과수원에들어서면코끝에상큼한향기가와닿던7월중순경이었다.
청년은아침나절P시에서시외버스를타고인근Y군으로향했다.지난연말입대했던청년은7개월여만에정기휴가를나왔다.그때청년의부친은P시에머물러있었고고향에는할머니가동생들과살고있었다.
청년도P시에서대학을다녔고고향에서공부하고있었던그녀를Y군까지가서만나기도했다.
질긴인연으로만남과헤어짐을몇차례반복한그들이었지만이젠그녀도청년을따뜻하게맞아주는사이가되었다.
입대하기며칠전에는집으로찾아온청년에게그녀의모친이따뜻한점심을대접하기까지했다.
청년도이제는그녀가자신을한사람의남자로받아주었음을믿었고그녀와의무지갯빛미래를꿈꾸기도했다.
마침휴가를나왔을때그녀가집에있다는얘길인편으로들었고고향으로가는길에달려온것이다.
그녀는집에있었다.청년이군복차림으로들어섰을때그녀의모친은눈인사로맞아주었다.
그녀는화장기없는해맑은얼굴로청년을맞았고,독서라도한듯수수한차림으로책을끼고있었다.
그녀는크게반기는기색없이따라오라는눈짓을하고집을나섰다.
5분쯤걸었을까.인근야산에복숭아과수원이있었다.그녀는말없이얕으막한원두막에걸터앉았다.
청년이뒤따라옆에앉자비로소그녀가입을열었다.
"우리과수원이야.참,너복숭아좋아하지.잠간기다려."
잠시후그녀는잘익은복숭아몇개를따왔고칼로익숙하게껍질을벗겼다.
연붉은빛깔의과육果肉을잘라청년에게건네며처음으로그녀가살짝웃었다.
"너그옷잘어울리는데…그래,휴가나온거야?""그래,그저께나와서부모님만나고고향가는길이야."
"너고향얘길하니옛날생각난다.사실은나도학교잠시쉬고올봄에서울사는작은오빠네집에가서오빠하는일좀거들고있어.지난7월초에잠시내려온거야."
"네가서울갔었다고?금시초문인데…""그래,가족들외에는아무에게도말하지않았어."
잠시침묵이흘렀다.이건여태까지의경험으로볼때좋은징조가아니었다.
정적을깨고그녀가입을열었다.
"안그래도널한번만나고싶었어.꼭해야될말이있을것같아서…""무슨…얘긴데?"
"그래,굳이숨길필요는없겠지.사실은나서울서사람이생겼다.""사람이라니…?"
"응,나보단몇살많은사람인데,그림그리는사람이야."청년은들었던복숭아를가만히놓았다.
"네문제도많이생각해봤는데,안지는몇년되었지만딱부러지게이렇다할건아무것도없잖아.그냥순진한애들끼리약간좋아했던풋사랑이랄까.안그래?"
청년은맘속으로’그게아닌데..’를몇번이나되뇌었지만말로뱉진않았다.
선듯불어오는바람에풋풋한복숭아향기가실려왔다.기까운곳에서산새들의노래소리도들려왔다.
그렇지만청년의마음은그향기와노래소리를즐길여유가없었다.또이별인가하는짙은아쉬움밖에는없었다.
약간은상기된얼굴로일어서는청년을향해그녀는따뜻한손을내밀었다.마주잡은청년에게그녀는미소를보냈다.
"나같은기집앤잊어버리고좋은사람사겨.군복무잘해."
그것이그녀와의마지막이었다.그애틋한’풋사랑’의끝이복숭아향기울려퍼지는원두막에서벌어질줄이야.
그녀와는더이상만날수없었다.더러풍문에그녀의일들이들려오긴했지만청년은관심을두지않았다.
이제는노인이된그때그청년은지금도복숭아가익어가는7월이면그상큼했던복숭아향기와산새들의노래소리를지우지못해한동안은속앓이를하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