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김포딸네집엘다녀왔다.요즘은일주일간격이다.
아내가작은외손녀의얼굴이아른거린다고하도안달해서아침일찍나섰다.
당일치기로다녀오려면큰손주가유치원가기전에도착해야하기때문이다.
나는일도있어빠지고싶었지만외손주들의얼굴이아른거려따라나섰다.
아니나다를까.초인종을누르니큰손주가"할아버지,할머니어서오세요"하는고함소리가안에서들린다.
들어서니유치원갈채비를마친큰손주가달려나와외할머니품에안긴다.
15개월된작은손주는이제따박따박걷는데외할머니를보곤소파에서내려오려다가바닥으로떼굴구른다.
그래도작은녀석은울지도않고웃는얼굴로뚜벅뚜벅걸어나온다.
딸애가한말이기억났다.
작은외손녀는아내말처럼참으로순하고뭐든잘먹고잠도잘자는앤데,친가親家에만가면잘운단다.
할아버지,할머니가잘돌봐주는데도엄마가잠시만안보이면자지러지게운다는것이다.
간혹친가에작은손주를맡기고외출했다간애울음소리로동네가시끄러울지경이라고한다.
그래서할머니는"얘가외갓집에가면안울고잘논다면서.."하고서운해한다고했다.
큰손주는그렇질않지만작은손주는전혀다르다.
우리집에만오면외할머니에게달라붙어떨어질줄모른다.내가안으려고해도입을비쭉거린다.
애비,에미가작은손주를두고현관을나서도오히려빠이빠이손짓을하며웃는다.
우리집엔친손주가둘이다.
큰애는남자애로중2,작은애는여자애로초3이다.
내가보기엔둘다얼굴도밉상은아니고공부도잘한다.모범생이고….
그런데애들이너무내성적이어서우리를봐도반가운기색이별로없다.
커서그런지말도잘하질않고겨우묻는말에짧은대답만돌아올뿐이다.
아내는애들이’냉정하다’며간혹불평을털어놓는다.
사실이그렇지만그때마다나는아내에게한마디한다.
"당신은손주들위해뭘해줬는데?"
우리내외는손주들이이렇게자랄때까지해준게별로없다.
글쎄,금전적으로는좀도왔을지몰라도손주들이컬때까지크게신경쓰질않았다.
그저잘커는줄만알았으니까.후에아들이작은애가서너살때거의매일병원다니고아들내외가밤잠을못자며애를간호했다는소릴듣고깜짝놀랐다.
외손주들이감기만들어도아침,저녁으로전화를해대는아내의모습을보며미안한생각을지울수없었다.
뿐만아니다.딸애와같은아파트단지에아들네가사는데도손주들은보지도않고그냥온다.
간혹같이저녁을먹을때는아들네를부르지만그냥올때가더많다.
외손주들과아파트단지를거닐땐손주들을만나면뭐라고하나하고속으로은근히걱정을하기도한다.
겉으론손주들이이제커서공부해야하니까안만나는게좋다고명분을달기도한다.
아내도우리가연락하면며늘애가부담갖는다고말하기도한다.
그렇지만같은아파트에살고있는손주들을생각하면미안할때가많다.
고향에서떠도는말가운데’손자야빨리가자,업은외손자발시렵다’란말이있었다.
내가어렸을때할머니는두살어린고종사촌동생을유별나게사랑했었다.
어딜다녀와도제일큰과자는사촌동생에게주었다.내가장손인데도…
집안사정으로잠시할머니와나,사촌동생이따로방을얻어생활했던적이있었다.
할머니는밥을펄때도동생밥부터먼저펐다.나는두번째로….
그때마다얼마나가슴에상처를받았는지모른다.그래서한때는사촌동생을참미워했었다.
어머니는가끔혼잣말로"손자나놓고외손자좋아한다"며불평하기도했다.
어떤땐이문제로두분이다투기도했었다.
그런데이젠내가그위치가되고보니할머니의그때심정을조금은알것같다.
나도때로는스스로물어본다.내가외손주들을좋아하는건그애들이어려서냐고.
그런것같다.친손주,외손주가어디있나.둘다똑같은핏줄인것을…
그래도아직은어린손주들에게신경이더쓰인다고.
아마도고향의떠돌던말이잘못된게틀림없다.
친손주와외손주,다른건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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