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물을 편안하게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

장맛비가그치고반짝해가났는가싶더니금새불볕더위로변한다.

덕분에눅눅하고찌푸듯한건없어좋은데더위가장난아니다.

이럴때더위를식히는건시원한바람보다도찬물한잔이딱이다.

땀으로얼룩진얼굴을씻고벌컥벌컥들이키는그맛을어디에비할수있으랴.

요즘젊은사람들은찬물의고마움을모를것이다.

갈증이나면한집건너하나씩있는마트에가서무엇이든지입맛대로골라마실수있으니까.

청량음료도종류가셀수없이많고,하다못해생수도헤아릴수없이많다.

단돈천원이면무엇이든손쉽게사서먹을수있는좋은세상이다.

그러니찬물한잔의고마움을어떻게알겠는가.

내가어렸을때찬물은쉽게마실수가없었다.

국민학생시절인50년대만해도수도가없어식수는동네에하나있는우물물로해결했다.

당시엔대개부엌에큰물독이있어평소물을길어놓고썼다.

그렇지만요새같은더위가찾아오면물독의물은미지근하거나닝닝해서마실수가없었다.

더운날외출했다가아버지께서돌아오시면시원한물부터찾았다.

그럴때금방드실수있게찬물을미리준비해야만했다.

우물에서찬물을길어오는건언제나내몫이었다.

그때내나이가열두살쯤되었으니여동생을뺀동생들은국민학교도못간코흘리개들이었다.

당연히어머니는내게물을길어오라고시켰고두레박과물통을들고나설수밖에없었다.

우리집에서우물까지는골목을나가서오른쪽으로돌아한참가야했으니족히80m는되었다.

찬물을얻기위한고투苦鬪는그때부터였다.이미동네우물에는비슷한사정으로또래들이물을퍼고있었다.

간혹같은학교계집애가있을땐얼굴이달아오르기도했지만어쩔수없는일이었다.

재수없는날은두레박들끼리엉켜줄을놓치는사고가일어나기도했다.

우물에떨어진두레박을건지기위해다시갈구리를구해와서얼굴이새빨갛도록구슬땀을흘리기도했고….

깊이가20m는될우물을들여다보며까치발로갈구리를휘둘렀었다.

지금생각해도참으로아찔한풍경이었다.

두레박으로대여섯번은길어올려야물통이찼다.

그걸낑낑거리며들거나이고집으로가야했다.

그래도그물을아버지께서시원하게마시는걸보면물길은수고는금새잊고말았다.

아버지는대개찬물에간장을타서마시곤했다.

맹물보다도간간해서마시기좋을터이고영양가도있었을것이다.

간장을타서마시면갈증을쉽게면해준다고했던가.

오늘집에와서냉장고의생수를꺼내마시다불현듯옛날생각이났다.

지금은냉장고문만열면쉽게꺼내마실수있는찬물을그땐어렵게마셨다.

찬물한잔을편안하고손쉽게마실수있는지금이순간이참으로행복하단생각이들었다.

그러니설령짜증나는일이있거나속상한일이있더래도허허웃고말자.

힘들고고단했던옛날을생각하면서말이다.

또하나,지금의삶이있게만든그분들께잠시나마감사를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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