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 시절의 여름나기

불볕더위가며칠째기승을부린다.

내가사는집도그런데로시원했지만요즘은계속찜통이다.

비교적땀을잘흘리지않는아내도아침저녁찬물로샤워한다고야단이다.

손주들이올때만켰던에어컨도수시로틀어댄다.

여간해선잠잘때틀지않던에어컨을계속가동하고있다.불과두,세시간동안이긴하지만…..

차다니는소리가시끄럽긴해도침대머리맡의창문을열어놓고잠을청해본다.

그렇지만잠은오질않고생뚱맞게고단했던옛생각만새록새록떠오른다.

60여년전인초등학교시절의여름이머릿속을떠다닌다.

모시적삼속에나뭇가지로얽어만든조끼모양의등걸이(?)를입고연방부채질을하시던할아버지의모습이눈에선하다.성질이무척급하셨던할아버지는부채를내려놓고옆에떠둔물대접을연방들이키셨다.

물이차질않다고혀를차시면어머님은금새내게눈짓을보냈다.

땀을흘리며방바닥에엎드려방학숙제를하던나는잽싸게물동이와두레박을들고동네우물로직행했고….

이빨이시원찮았던할머니는숫가락으로참외를기막히게잘긁어잡수셨다.

살한점남기지않으시고얄팍하게긁어드신과일껍질을보면서신기했던생각이든다.

간혹잔치라도있어초대받았다가오실때는어김없이손수건에사탕들을싸오셔서장손이라고나부터먼저불렀다.빨갛고파란물이든손수건에서사탕을꺼내동생들보기전에빨리먹으라고채근하셨다.

요즘이야그런과자도없지만반쯤녹은사탕이그래도꿀맛이었다.

어머님을생각하면떠오르는게무쇠다리미다.

빨갛게핀숯불을다리미에담고빨래를대릴때는꼭나를부르셨다.

모시나삼베로만든여름한복을다리미로대리는게쉬운일이아니었다.

나는옷의한쪽끝을잡고어머님이시키는대로이리저리뒤집으며땀을뻘뻘흘렸다.

그렇지만열살안팍의내가빨랫감을썩잘잡질못해손가락을데일때도있었다.

어떨땐손을놓쳐다리미의숯이빨래위로떨어져혼이나기도했다.

그래서어머님이빨랫감을걷으면무슨핑계를대서라도도망치려고안간힘을썼던생각이난다.ㅎㅎㅎ

여름철의먹거리는아무래도과일이었다.

할아버지께서도동에과수원을갖고있어수박,참외와복숭아는실컷먹었다.

집안에도감나무가두그루있었다.8월이면제법굵은풋감이떨어져우리는이땡감을소금물에담갔다가익혀먹고는했다.무화과도있어서채익지도않은써글써글한(씨가있어서)과육을한입물었다가시고떫어서뱉았던기억도난다.

지금도생각나는먹거리들이있다.

여름철이면길가좌판이나’구루마(리어커)’에서시원한콩국물에우무를말아서팔았다.

우무의탱글탱글씹히는맛과고소한콩국은그야말로일미였다.

요즘도가끔그생각이나서재래시장을기웃거려보지만아직까지찾을수가없었다.

또하나,8월이면햇고구마가시장에나왔다.

갓쪄낸붉은색의겉과노란속살은우리들의탄성을자아내게하기에손색이없었다.

거기다가노란호박을잘게잘라쪄낸그고소한맛도별미였다.

해질무렵매캐한모깃불을피우고평상에누워먼하늘의은하수를감상하며먹었던그먹거리들.

여기에옥수수도결코빠질수가없지.^^

지난至難했지만그리운시절의여름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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