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쌀밥과 배추김치 그리고 갓 구운 김

무더위가아직도기승을부린다곤하지만오늘아침엔제법서늘한바람이불었다.

오늘도아침부터사무실이무더워에어컨신세를지고있다.

이노릇도이달말쯤이면끝나겠지.세월의흐름은어쩔수없으니까…

더워선지일할맛이나질않는다.일감을밀쳐놓고컴앞에앉았다.

심연深淵만큼이나깊은추억의늪에서실타래한올의끝을찾아봐야겠지.^^

군대갔다온사람치고한두가지추억담이없는사람은없을터이다.

그중에서도먹거리에대한추억은절대로잊질못할것이다.워낙60년대는힘들었던시절이었으니까…

68년2월육군포병학교에서후반기교육받을때PX에서크림빵을사호주머니에넣어두고수업시간에몰래먹곤했다.

그것도교관이칠판에글을쓸때그찰라를이용해서한입베어먹곤했었다.

그러다가교관에게딱걸렸다.교관의처분을기다렸지만그는껄껄웃고한말씀했다.

"그래.실컷먹어라.피교육자시절엔누구든배가고프니까."

69년2월A시의예비사단으로전출되어G1에파견나가있을때였다.

일요일에외출허가를받아같이근무하던사병넷이모처럼시내로나왔다.

당시얘기로군부대가있는곳은’일기불순不順’이라고했는데,A시의추위도만만찮았다.

넷은우선목욕부터하기로의견을모으고뜨뜻한목욕탕에서부대에서떨었던기억들을말끔히씼었다.

목욕후분식점에서라면과김밥으로배를불린뒤영화를보기로했다.

기억으로그때두개의영화가상영되고있었다.하나는오마샤리프주연의’닥터지바고’이고하나는중국무협영화였다.짧은생각에그길고지루했던’지바고’소설생각이나서미리재미없을것으로알고무협영화를보는우愚를범했다.그후’닥터지바고’는’벤허’와더불어DVD의신세를자주지는’불멸의명화’가되었지만…^^

<더운데가을단풍보며잠시무더위를잊으세요.가을은금방올겁니다.^^>

영화를보고나니오후4시경이었다.

귀대시간까지서너시간남았기에모처럼의저녁식사를어떻게할까하고넷은잠시고민했다.

그러자한애가시내에친척집이있으니거기로가자고제안했다.

가진돈이바닥나서의기소침했던우리는이내얼굴을펴고그의견에따르기로했다.

안내한집은조그마한단독주택이었다.

장정넷이불각시에들어서니집주인아주머니는다소놀랐지만우리를반갑게맞아주었다.

2월초의강추위로오들오들떨었던우리는뜨뜻한온돌아랫목에서실없는얘기들을나누며느긋하게시간을보냈다.

얼마후밥상이들어왔다.김이모락모락나는흰쌀밥에잘익은배추김치가눈에들어왔다.

그고장이간고등어의명산지라아마도있었을터이고,정작우리들의눈길을끈것은갓구운김이었다.

바삭바삭알맞게구운김에뜨거운쌀밥을얹고배추김치로마감하는식탁은그야말로임금님의수랏상도부럽잖은진미그것이었다.아마공깃밥세그릇은비웠던걸로기억된다.

게다가후식으로들어온구수한숭늉까지,군댓밥에시달렸던우리들의뱃속은포화상태가되었다.

그날우리가먹었던그저녁밥은지금까지도잊지못하는최고의식사가되었고….ㅎㅎㅎ

손을꼽아보니44년전의추억이다.

먹거리가풍요를이룬오늘까지도그저녁을잊지못함은밥맛못지않은인정탓이리라.

그후다시는그집에가질못했지만,가끔A시를생각하면그날의저녁밥이떠오른다.

요즘도그밥에그김,배추김치를먹지만그때의꿀맛을잃은지이미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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