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을가마솥처럼끈질기게도달궜던8월도이제사흘남았다.
어제아침딸네집에간다고김포아파트단지를지나가는데담장에코스모스가미소짓고있었다.
때마침불어오는산들바람에흥이라도나는듯살랑거리는모습을보며가을이다가왔음을실감했다.
그렇지,이제가을의전령은코스모스라고해야하나.
뒤늦게휴가를얻어동해안으로떠났던딸네가속초에서아바이순대와닭강정을사왔다며내놓았다.
내게는별로인닭강정을사기위해1시간여를기다렸다니,요즘젊은사람들의식성에놀랄따름이다.
2%부족한것을알았는지사위가빙긋웃으며냉장고에서옥수수동동주를꺼내놓는다.
아마종종들리는장인을위해사왔으리라.한잔받아마셔보니시큼한게약간쓰다.예전에강원도지방출장다닐때원주황골에서먹었던그맛이아니었다.
그래도내색할수가있나.^^먹긴했지만,서울장수막걸리생각이간절했다.
오늘아침’인간극장’을보니86세의할머니가막걸리담그는장면이나왔다.
고두밥을쪄서꾸덕꾸덕말린후누룩을섞는모습을보니문득어머님의모습이떠올랐다.
유난히약주를좋아하셨던할아버지와아버지를위해어머님은종종막걸리를담그셨다.
독에서익힌후용수에걸러나온술을’전주’라고했고,물을섞은건막걸리라고불렀다.
국민학생시절어른들모르게막걸리를한잔마셔보기도했다.요즘막걸리보다술맛이좋았던기억이난다.
때로는배고플때술을거르고남은술찌게미에사카린을넣고끓여주었던생각도난다.
작가김주영의소설처럼아침부터술찌게미에취한소년이용의검사를받다가술먹었다고벌을받은적은없었지만,술찌게미는허기진고달픈시절의먹거리이었음에틀림없다.
그때만해도요즘처럼가정집에서술을담글수는없었다.간혹세무서에서밀주密酒단속한다고집집마다조사하러다니던풍경도옛날의아스라한추억으로남았다.
동네병원에서혈압,혈당정기검진을받고오니아내는외출하고없다.
신문을뒤적이는데빗소리가강하게들린다.굵은빗줄기가창문을세차게때린다.
이로써무더위도안녕을고할건가.
쇼팽의전주곡을꺼낸다.이럴때’빗방울’전주곡이라도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