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할배들

세상이하수상하다보니시대는바야흐로’남존여비’에서’남녀평등’이되었다가이젠’여존남비’로접어드는길목에까지와있다.

그러다보니40여년넘게처자식건사한다고등골빠지게땀흘려왔던할배들은정년과함께’뒷방노인’으로밀려나고,가정사에발언권은커녕하루밥세끼챙겨먹는다고’삼식이’란달갑잖은이름까지얻었다.

게다가마음약한할배들은할매들의눈총을피해비가오나눈이오나베낭을짊어지고산에올라김밥한줄로끼니를때우는가하면하산주로막걸리한통마신것도죄짓는것같아어린이놀이터에서술이다깬연후에야집으로간다니,오호라!통재로다,대한민국할배들의애환은반세기전시집살이로눈물짓던우리네어머님들의설움을뛰어넘고도’주리(나머지)’가남을터이다.

그럼에도몇몇간큰할배들이있어설움에잠긴애환을풀어주고있나니자랑스런그들의’사자후’를들어본다.

#1.

며칠전참으로오랜만에동창몇이모였다.아마반년도넘었으리라.

마침할배들이그토록좋아했던전어를안주삼아한잔기울였다.한순배돌자목소리가가장큰A가입을열었다.

"너거요새꼬라지본께아직도예편네들한테쥐가꼬사는가베.이봐라,저김사장얼굴함봐라.누렇게떴다아이가.그랑께예편네들이기가더쎄갖고지남편알기를우습게아는기라.자,김사장,한잔쭉~비아라."

그러자김사장왈"그라모니는너거마누라한테우짜는데?"

"그래,들어볼래.우리집은안주(아직)까지도내말이라쿠모예편네고자식놈들이고꼼짝몬한다아이가.오늘것치한잔묵고들어가제.꿀물은기본이고낼아침에쏙풀어라꼬콩나물국까지끼린다쿵께."

그러자다른친구가나섰다."너거마누라는그래도자식들잘키아서공직에도진출시키고잘한다아이가."

이말을들은A의음성이더커졌다."웃기는소리하고있네.너거도알다시피우리집안은유교학자집안아이가.우리할아부지가한학잔기라.우리예편네꼴난대학물묵었다캐도코딱가리만한지방대학출신인기라.나는너거도알다시피서울사대문안에있는대학안나왔나.그랑께누가자슥교육을시킸겄노.야,야.술한잔더따라봐라.낼아침에콩나물국대령안하모가마이(가만히)놔두는가봐라."

짖궂은친구가나섰다."가마이안나주모우짤긴데?"

"밥상을들고찼비야지.""진짜찰수있나?"그말에A는빙긋웃으며말했다."그때가봐서…"

#2.

A의등등한기세에술잔만기울이던B가나섰다.

"야,니는참대단하다.니만큼은몬하지만나도마누라한테기안죽고산다.내말함들어볼래.너거알다시피나도한40년공직에안있었나.그랑께넘한테손안벌릴만큼연금도나온다아이가.나도처음에는마누라한테점수따며편안하이살라캤다꼬.한,두달집안일도거들어주고심지어설겆이까지해줌서마누라한테점수좀딸라캤지.그란데이기이(이게)해주모끝이없는기라.하나하모(하면)두개,세개까지바랑께팍돌았비겄대.그래서생각을달리했다아이가."

"달리우쨌는데?"옆자리의친구가바싹당겨앉으며물었다.

"들어봐라.생각다몬해서잘아는사람한테부탁해가꼬일자리를얻었다아이가.월급이야내용돈정도밖에안주지만그래도마누라눈치안보고아침에밥숟가락놓으모출근을항께살것같더라꼬.하는일이별로힘든것도아이고내가잘나갈때생각하모챙피시럽지만그래도집구석에서마누라비우(비위)맞추는데대모(비하면)숨통이터지더라쿵께.그란데함부래내가그런일나간다꼬소문내지마라이.만일소문내모너거가낸걸로알끼다."

"야,참니생각잘했다.그라모요새는너거마누라한테눈치볼일없겄네."교직에있었던C가부러운듯말했다.

"하모(그럼),그래서요새는내맘대로술도한잔하고자식놈들한테까지큰소리치고산다.전에는술한잔묵고들어가모마누라가잔소리께나했는데요새는매일한잔씩묵어도아뭇소리안한다.A것치담(다음)날아침에콩나물국까지야안바래지만…자,한잔하자.오늘술값은내가내께,마이무라."

그날할배들은모처럼코가비뚤어지게한잔했다.

<홍제천에서만난오리들>

#3.

십수년전부터잘알고지내던이웃D할배가보름가까이얼굴을볼수없었다.

일흔을넘긴그할배는열심히조깅도하고등산도하면서건강관리에남다른열성을보였다.

그가안보이길래아침식탁에서아내에게슬쩍물었다.

그러자아내는피식웃으며얘기했다.

D할배는요즘집에갇혀바깥출입을못한단다.이유인즉슨가끔씩종로어딘가노인들댄스교습소에출입하던그할배가교습소에서만난어떤할매와손목을붙잡고나란히가다가동네어떤사람에게딱걸렸다고한다.

할배의스캔들은즉각할매에게보고가되었고노발대발한할매는동네가챙피하다고할배의바깥출입을못하게했다는것이다.참으로간큰할배의잘못된행보였다.

#4.

여기에간큰할배가또있다.

이할배는지난6월어느날자정무렵,할매에게딱한잔만먹고자겠다고약속하고도잠든할매몰래몇잔을마시고는밤새도록음악을듣는다고잠을안잤다.

그러고는한잔된기분에잠자고있는할매에게갑자기고향생각이난다는한마디를던지고는집을나섰다.

새벽첫차로고향가는버스를탔고,아침에내려유명한시장안의해장국집부터시작해서해질녘까지고향구석구석을헤매고다녔다.

덕분에꼬불쳐두었던비자금을탕진했고그후유증으로좋아하는생선회와한잔하는여유까지한동안심한타격을입혔었다.덤으로할매에게다시는고향으로’무단가출’하지않겠다는백서까지제출했고…^^

그래도할배들의위상이백척간두의위기에당면한오늘날이런간큰할배들이있어할매들에게기가죽어살아가는뭇할배들에게다소의위로가될것이다.

간큰할배들이여,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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