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진주 냉국수

국수에대한이야기를하다보니생각나는게많다.

그가운데꼭하고싶은게’잔치국수’이야기다.

솔직히말해서잔치국수란말은40여년전서울와서처음들었다.

서울에선육수에말아먹는국수를통틀어잔치국수라고얘기한다.

그렇지만어릴적고향진주에는잔치국수란말이없었다.

대신’물국수’라고불렀었다.

잔치국수의유래를보니,생일이나혼삿날국수처럼장수하라고,백년해로하라고만든데서비롯된것같다.

내기억으로는고향진주에선생일이나혼삿날결코국수를먹지않았다.대신떡국을끓여하객들을대접했던걸로기억한다.그이유는국수가잔칫상에올라갈고급음식이아닌,구휼救恤의음식이었기때문이다.

요즘티비를보면모지역에선양반들이’건진국시’니무슨국시를별미로해먹었다고소개하고있다.

그렇지만고향에선양반들이절대로국수를손님대접으로내놓질않았다.그들은더품격있는비빔밥이나냉면을내놓고거드름을피웠을터이니까.

단언컨대,진주에서국수는고단한삶을살아가는서민들의먹거리였을뿐이었다.

그러니경사스러운날국수를내놓는다는건서민들의삶에서도금기시됐을것이다.

그래서진주에선육수에말아먹는국수는물국수라고불렀다.냉면에물냉면이있듯이….

그런데요즘진주에가서보면잔치국수란이름이눈에띈다.아마유행탓이리라.

고향진주의국수를추억하면서’냉국수’를빼놓을수가없다.

진주에선여름철에냉국수를즐겨먹는다.

얼핏생각하면냉국수란냉면처럼얼음이둥둥떠는국수로생각할수있다.

그것은오해일뿐이다.진주의냉국수에는절대로얼음이없다.단지,아주차게식힌멸치육수와고명을올려먹는게진주식냉국수다.

어릴적어머님이육수를차게식히기위해사용하셨던방법이생각난다.

육수가든작은단지를큰대야에넣고우물에서길어온찬물을대야에부어식히곤했다.

나중엔얼음을사용한것같은데,그방법은기억에없다.

육수는대개멸치를썼지만,손님이오시는날엔바지락을다져육수를내기도했었다.

바지락육수는의외로깔끔하고진한맛을냈고,육수를뺀바지락은고명으로도사용했다.

진주식물국수의고명은부추나물과숙주나물,애호박나물을많이썼다.

여기에고춧가루와깨소금,참기름이곁들여졌다.

때로는묵은김치를숭숭썰어고명으로했고,그맛또한일품이었다.

간혹무채나동치미를양념에무쳐쓰기도했다.

특이한건물국수가흔했던데비해비빔국수는찾아보기힘들었다.굳이이유를댄다면국수가서민음식이다보니’끼미(고명)’가많이들어가고손이더가는비빔국수는의도적으로외면했던걸로생각된다.

하나더,왜진주사람들이국수를좋아하는지를생각해봤다.

주관적인견해지만,그곳사람들은성질이비교적급해뭣이든빨리만들고빨리먹는걸좋아한다.

여기에부합되는게물국수다.이보다더빨리만들고빨리먹을수있는게없으니까….

그때는물론라면이없었다.그래서진주사람들은국수에애정을쏟았는지도모른다.

글을올리다보니고교시절영어강좌다니면서계동의어느허름한식당에서먹었던국수가생각난다.

그식당은간판도없었고,길가로난집창문에공책을뜯어조잡하게크레용으로’국수팜(‘팝’의오자)니다’라고써붙인게전부였다.나무로된문짝을밀고들어가면작은나무탁자두개와나무의자가전부였다.

식단도물국수하나뿐.주문하고십여분앉아있으면혀가델만큼뜨거운멸치육수에숭숭썬묵은김치,고춧가루와통깨뿌린게전부였다.요즘과달리그때는양념장이없었고육수를간장으로간을맞추어내놓았다.

그뜨거운국물을후후불며국수한젓가락을입에넣었을때의그짜릿했던포만감.

그느낌을지금은어디서도찾아볼수없다는게아쉬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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