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어거지로외박을했다.
오후2시쯤아내가연락해오기를무조건3시10분까지홍대입구역앞으로나오란다.
이유를물었더니지난밤아버님추도식음식남은것도있고해서김포로가자는거였다.
마침홈쇼핑에햅쌀두포를주문했는데도착했다며한포는아들네에주자고한다.
아내의명을거역하면최소일주일간은집안공기가탁해할수없이따라나섰다.
홍대입구역부근에서아내를만나모처럼팔팔대로를승용차로달렸다.
아들네에먼저들러쌀을주고딸네집에들어서니두손녀가반갑다고난리다.
네살배기는요즘엄청젊잖아져서제할일에열중하는데,두살배기는뭐든지꺼내며난장판을벌인다.
이젠말도잘해내가안아주면옷의단추며자크를만지면서"할아버지,이게뭐예요?"하고묻는다.
이처럼앙증맞게재롱을부리니아내는틈만나면김포가자고떼를써는가보다.
오랜만에며늘애와손주들을불러저녁식사를함께했다.아들의빈자리가느껴진다.
식사도중며늘애가손녀를학원으로데릴러간다기에내가간다며나섰다.
과외를마치고나오는초3손녀가웬지수척해보인다.매고있는가방을벗겨내가들었더니엄청무겁다.
초등학생의가방이이렇게무거워서야,측은한생각이들어손을꼭잡고함께걸었다.
워낙수줍음을잘타는손녀지만고분고분잘따라준다.
며늘애는손자땜에걱정이태산이다.
내가봐도휴대폰으로아이돌그룹음악을켜놓고집중이다.저나이때나는학교도서관에서조흔파선생의’얄개전’도읽고,김내성선생의탐정소설에빠져들었었지.음악도가곡이나베냐미노질리가부르는구노의’아베마리아’정도를좋아했는데말이다.하고싶은말이목구멍까지올라왔지만참았다.그래,저것도그나이때한시절이겠지.
저녁먹고과외학원으로가는손자에게열심히하라는당부만했다.
오늘아침아홉시쯤일때문에내가먼저집을나섰다.아파트단지안에는단풍이한창이다.
지난여름,그토록볶아대던불볕더위속에서도싱그러움을자랑하던잎새들이이젠빨갛게물이들었다.
푸르름으로젊음과패기를자랑했지만시간의흐름에따라붉게물들어어느덧낙엽의때를기다리고있다.
사람도마찬가지겠지.나도저푸른잎새들처럼한때는혈기왕성했었지만,이젠단풍의시기를지나조락凋落의시간을기다리고있으니까.
사무실로가기위해홍대입구역에서M버스를내렸다.
오전열시가지났는데도지하철안은만원이다.경로석도빽빽하게들어찼고.
무심코어떤여자애앞에섰다.20대초반의그여자애는나를흘낏보더니얼른자리에서일어난다.
"고마와요."인사를하고자리에앉았지만웬지마음이씁쓸하다.
그러곤혼자속으로뇌어본다.내가벌써그렇게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