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추웠던 그해 12월

‘메뚜기도한철’이라고요즘은엄청바쁘다.

때론피곤해서하루쯤쉬었으면하는생각이종종들지만한정된시간이라어쩔수가없다.

아내까지사무실에나와이것저것주선하느라발이묶였다.

해서매주세차례탁구교실에나가는아내의취미활동까지지장을받고있다.

그래선지아내의심사도잔뜩흐려있다.

그해12월을생각하면요즘의바쁜일과를감사하게생각해야한다.

그때는할일이없어하루종일신문을보거나우두커니창밖의풍경에만몰두했었으니까.

창밖을내다보면차량들이밀물처럼왔다가썰물처럼사라지는퇴계로의풍경이눈아래들어왔다.

그바쁜모습들이참으로부러웠다.그러다가남들은저처럼바쁜데난왜이모양이지하는자책감에사로잡히곤했다.

하는일없이멍~하니시간을죽이는일도만만치않았다.

85년9월다니던직장을그만두었을때출입했던업자가나를꼬드겼다.

지금까지글쓰고편집하는일을해왔으니업체를하나차리면월급쟁이보다나을거라고.

퇴계로에사무실을얻고집기를넣고,전화를놓고하는일에상당한자금이들어갔다.

마지막으로전화기를살때는아내가간직하고있었던큰애돌반지까지팔았었다.

직원도둘이나두고일을벌였지만일감은쉽사리얻질못했다.

하도답답해서전에근무했던곳을찾아가후배에게일감좀달라고통사정을할까도했지만도저히자존심이허락하질않았다.시간은흐르고인건비에임대료,공과금을내다보니사채를끌어들여야할판이었다.

남의속도모르고인근에서비슷한사업을하고있는고교동창친구는사흘들이한잔하자며찾아왔다.

퇴근시간에친구를데리고호프집에앉아있으면가슴이조마조마해왔다.

친구는벌컥벌컥맥주를마시는데나는주머니에있는돈과계산하느라정신이없었다.

한잔더하자는친구를간신히달래서보내놓고퇴계로4가버스정류장에서있으면만감이교차했다.

연말이라이곳저곳에서캐럴은울리지만텅빈호주머니를생각하면머리가아팠다.

게다가어둠저쪽에서몰아닥치는칼바람은왜그리도차가왔던지온몸이사시나무떨리듯했다.

내가그나마평안을찾을때는이불속에들때였다.

시름을내려놓고잠자리에들면몇시간의휴식은얻을수있었다.

그것도잠간,잠이들기전다음날지급해야할청구서나중1,초1의두애들을생각하면쉽게잠이들지못했다.

요즘도가끔유난히도추웠던그해12월이생각나곤한다.

퇴계로의그칼바람까지도.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