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크리스마스

지금안드레아보첼리가노래하는크리스마스캐럴을들으며이글을쓰고있다.

내젊은날60년대에는캐럴하면펫분의’징글벨’이나빙크로스비의’화이트크리스마스’가전부였다.

달콤하고부드러운펫분의’징글벨’이라디오에서울려퍼지면그어떤장식들보다도확실하게성탄절을가슴속에심어주었다.특히중간부분감미로운플룻의선율은나를꿈의세계로안내하는듯했었다.

요즘은하도다양한캐럴송이봇물터지듯나와서이제’징글벨’은듣기조차힘든추억속의노래가되었다.

내가교회에처음나간게고2때인62년9월이었다.

초등학교부터고교까지함께다닌친구의간청에못이겨첫발을디딘곳이진주구세군교회였다.

지금은평거동으로옮겼지만당시계동에있었던교회는붉은벽돌로지었고,의자가없는마룻바닥이었다.

처음등록하자마자학생회임원을맡았고성가대에앉기까지했었다.

다음해고3때는주일학교교사(당시는’반사’라고했다)까지했으니성장이좀빨랐다.

등록한지석달만인그해12월성탄절엔’학습’을받았고,이듬해4월부활절엔’세례’를받았다.

구세군은학습,세례의용어가다르지만일반개신교용어로하겠다.

처음맞은크리스마스의풍경은내게진기한추억을심어주었다.

성탄이브인24일밤,20여명의남녀학생회원들은난로주위에성가대장의자를네모꼴모양으로배치하고목청을다해성탄관련찬송가를불렀다.일종의식전행사인셈이다.

그때불렀던찬송가가96장’첫번크리스마스’,97장’고요한밤거룩한밤’,109장’참반가운신도여’와111장’기쁘다구주오셨네’등이었다.(당시의합동찬송가였다.이찬송가의장을아직까지알고있다는게신기하다)그노래들가운데나는’저들밖에한밤중에’로시작되는’첫번크리스마스’가무척마음에들었다.

30여분노래를부른후지도교사의인도로간단한예배가끝나면선물교환이있었다.

며칠전부터광고를통해얼마짜리정도의선물을준비하라고했고,선물속에는선물을가져갈사람이해야할주문사항이함께들어있었다.주문사항은찬송가몇장을부르라거나엉덩이로이름쓰기등이었다.

선물교환이끝나면자정까지난로주위에모여과자와음료수를나누며이야기꽃을피웠다.

당시엔고급과자가귀했고,가장많이먹었던게강냉이튀밥이었다.음료수도요즘같은사이다나콜라가아니라냉수에가루음료를탄것들이었다.

얘기를하다보니난로얘기를안할수가없다.

그당시의난로는드럼통으로만든’톱밥’을때는난로였다.그연료인톱밥은교회강대상밑지하에있었는데,지하에들어가는입구가좀으시시했었다.그래서톱밥당번을정하거나아니면가위바위보로결정했다.

생각보다톱밥난로는화력이좋았다.간혹군고구마를구어먹기도했었고…

자정이되면학생들을포함한장년들이모여성탄예배를드렸다.

예배후교회에서제공하는특식이나왔다.평소주일예배후에는주로국수를먹었지만이날밤엔쇠고기국밥이었다.

고단했던시절,한그릇의쇠고기국밥은참으로귀하고맛난음식이었다.

식사가끝나면몇개조로나누어교인들가정으로새벽송을나갔다.교인들집을잘아시는나이든할머니집사님이앞장서고우리는준비한지등紙燈을들고뒤따랐다.

교인집대문앞에서우리는조용히’고요한밤거룩한밤’이나’기쁘다구주오셨네’를불렀다.

대문에는준비한성탄축하전단(가리방을긁어등사한것이다)을붙이고"기쁜성탄을축하합니다,메리크리스마스"하며인사를나누었다.

대개교인들집에서는과자를준비했다가주었고,가끔봉투를주는집들도있었다.때로는가정집에선귀했던커피나단팟죽을주기도했었다.

선물을담은보따리를메고가는사람은좀힘겹기도했지만보따리가무거울수록기분은더좋았고….ㅎㅎㅎㅎ

지금도기억나는건새벽송을돌때고생했던칼바람이었다.

고향진주는지리산이가까와겨울이면매서운바람이휘몰아쳤다.특히인사동로터리에서진주교대쪽으로논길을쭉가다가얕으막한제방을넘어나불천을건널때면그바람의매서움이장난아니었다.

귀가떨어지는듯한바람속을뚫고교대인근교인집에이르러뜨거운생강차한잔을마셨을때의그쾌감이란겪어보지않은사람은상상조차어려울것이다.

온밤을뜬눈으로새운지라그날낮의성탄축하예배시간에는성가대석에앉아꾸벅꾸벅졸았다.

하지만오후에선물받은과자로즐거운시간들을가지기도했고.

아마도이런오밀조밀한성탄축하행사는요즘보기힘들것이다.

‘공해’를이유로새벽송도몇년전부터없어졌으니말이다.무척아쉽기도하다.

지금생각해보면그때가훨씬재미있엇던것같다.

성탄절이다가오면생각나는영화가있다.

‘작은아씨들(LittleWomen)’.1949년에만들어진영화다.명우엘리자베스테일러가10대시절이었으니.

한편의아름다운동화를읽는듯한감흥을주는명화다.

이영화를본게1964년1월이었다.

대학입시를보러서울에처음왔다가나를친절하게안내해준고교선배의배려로보았었다.

그꿈같은영화에취해한동안멍~~했었다.병약한셋째딸에이미(?)가언니품에서숨을거둘때낙엽들이흩날리고울려퍼지는’Longlongago’의가슴아련한선율은지금도눈시울을붉히게만든다.

이멋진영화도내게소중한크리스마스의추억을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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