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그대나이도벌써일흔이되었네.내가나이론한살적었지만생일로따지면불과석달정도밑이라그시절만해도결코연하라고는생각하지않았지.
오늘이상하게도그대에게글을띄워보고싶군.아마도아침에탔던마을버스때문이었을게야.
마을버스에오르니조용필의노래가스피커에서흘러나오더라구.나는기사가아침부터못먹을걸먹고’궁상맞게’저런노래를테이프로트는줄알았지.
아니데.잠시후라디오에서깔깔거리며무슨시대란프로를진행하고있더라고.
나도조용필의노래는좋아하지.물론고전음악에푹빠지긴했었지만,20대초반엔최희준의노래라면자다가도벌떡일어나들을만큼좋아했었다구.
왜이리사설이기냐고?조용필의노랠들으니’그겨울의찻집’이생각나서였지.
그다방생각나지.남강다리못미쳐큰병원옆에있었던이층의그다방.그래,생각날거야.
고등학교졸업했던그해,가뭄에콩나듯그대가J시에들리면찾았던다방말이지.
그때만해도다방이라면어른들이모여앉아담배연기날리며마담불러놓고수작이나벌리던곳이었지.
그래서다방안은항상너구리잡는굴속처럼연기로매캐했고,스피커에선유행가가락이쩡쩡울렸었고.
스무살남짓된우리가다방에들어서면외계인이라도온듯아래위를훑어보던그눈길들도아마기억할꺼야.
그눈길땜에나는주눅이들어눈을아래로깔았지만오히려똑바로쳐다보던그대의당찬모습이아직도눈에선해.
이쯤말하면내가왜이렇게사설을푸는지그대는짐작할거야.
그때가겨울이었던건확실해.그게연말인지연초였는지는확실히알수가없네.아무튼다시J시를찾은그대와나는시청옆중국집엘갔었지.배갈한잔을앞에놓고전전긍긍하던나에비해그대는원샷으로내기를죽여놓곤했었지.머슴애가배갈한잔놓고뭣하는짓이냐고타박을하면서.ㅎㅎ
그래,맞아.그대는J시에오기앞서서울을다녀왔었다고말했지.서울에친척이있다고했었나.
배갈한병을비운우리는,우리라고하기엔좀그렇지.나는겨우한잔으로때웠으니까.
우리는그이층의다방엘갔었지.어른들의눈을피해구석자리에앉아비로소그대의얼굴을찬찬히봤네,그래.
중국집에선못봤냐구.그래,호기있게배갈을마시는그대에게눈길을맞출만큼나는배짱이없었으니까.
내눈길을받은그대는실실웃으며말했지.야,자꾸보지마라,이상하다.
잠시어색한시간이흘렀을때,그날의시비거리가된그노래가흘러나왔었지.이미자의’동백아가씨’.
어색함을벗어나기라도하듯내가멋쩍은소릴했었지.저것도노래라고틀어주냐고.
그한마디가시비의발단이될줄이야.그소릴들은그대가도끼눈을하곤한마디했었지.
머스마가쪼잔하게노래한곡가지고불평을해서야되겠냐구.그소리가내귀에심히거슬렸거든.내가받아쳤지.
그래,나는노래한곡조차도가슴으로받아들이지못하는쪼잔한머스마다,그래.인자(인제)알았나.
배갈한잔의위력이었을까.그대앞에선항상주눅이들어절절맸던내게그런’소가지’가있을줄은나도몰랐었지.
그대가다시한마디했어.야,머스마가소가지는,내가며칠전서울갔다가친구하고종로에있는젊은사람들모이는다방엘갔단말이야.그다방에서동백아가씨가나옹께사람들이그노래에따라합창을하는거야.
그소리에내배알이또틀어졌지.그래,서울놈들좋아한다꼬촌놈도좋아해야되나.
그대는다시내염장에불을질렀어.쪼잔하기는,그랑께대학도못붙고촌에서처백혀있는기라.
그대도아마배갈의힘을빌려’숫구리(숫뱀)’처럼기백이없었던내게자극을주려고그랬는지도모르겠다.
그렇지만그말에나는뚜껑이열리고말았었지.그렇다고무슨폭력을쓴건아니고.
잠시그대를노려보다가뛰쳐나와버린게전부였어.
그곳에서남강다리는가까웠지.겨울의남강교는칼바람이휘몰아쳤어.
그렇지만머리꼭지까지약이오른나는추운줄도몰랐었지.가끔지나가는자동차소리만들릴뿐사위는고요했고.
난간에서흐르는강물을내려다보며나는처음으로왜소함을느꼈어.그리고또우물안개구리의한계를느꼈지.
볼에는나도모르게눈물이흘렀고.
그대와는그이후연락이두절되었었지.그해봄들리는소문에그대는B시의대학에붙었고,나도그곳의한대학에들어갔었지.다시만난건일년도훨씬지나서였고.
벌써오십년이지난옛이야기지만,나는아직도몇가지궁금한게있다구.그날밤그대는왜나를열받게했는지의문이야.평소완달리자존심상하는말을의도적으로했었거든.
또하나.내가밖으로뛰쳐나갔을때왜따라나오지않았어.내가남강다리에가는줄잘알면서도말이지.
그후다시만났을때묻고싶었지만차마입이떨어지지않았거든.그것도자존심때문인가.
이젠손주들의할머니가되어있을그대,새해에도건강하고즐거운삶되길바래.이만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