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며칠전부터아내의얼굴이좀어둡다.

아침식탁에서지나가는말로당신얼굴이좀어두운데,무슨고민있어?했더니좀머뭇한다.

얘기해봐,무슨일이야하고재차물었더니M시에살고있는오빠가다리를다쳐병원에입원했다고말한다.

며칠째입원하고있지만처남댁이바빠혼자병상에있다며걱정이다.

아들네가모두객지에사니며느리들이있지만누구하나수발들어줄자식이없다.

올해칠십대중반인처남은대학을나와잠시직장생활을하다가적성에안맞다며B시에서경찰에투신했었다.

건장한체구에유도가몇단이어서인지초임부터강력계쪽으로만근무했었다.

한때는’부가좋다’는밀수범단속반인심리분실에도있었고시경에도갔다가40대이후에는정년까지D서에서만근무했다.그곳은유흥가와역,터미널이있어사건이많은곳이었다.

당시B시에출장가면부둣가시멘스클럽에데려가서면세양주도사주었고,언제든지서울가는새마을기차표는쉽게구할수가있었다.

도둑을잘잡아신문에도몇번소개되었고’포도대장’이란별명까지도얻었다.

순경으로들어갔지만특진도하고해서정년에는’말똥’몇개를달고나왔다.

술도잘마시고말을잘해서집안에선’변호사’로통했다.

말하는게매우직설적이었다.80년대중반,내가어떤일에휘말려몇차례경찰서를들락거린적이있었다.

나를보자그는어이,자네겉은사람이갱찰서들락거리능거봉께내가좀가심이뜨끔하다.혹시니겉은사람잡아넣응거아잉가싶어요새그런생각이드네하며어깨를툭쳤다.

오래전어떤사람이경찰청장으로임명되었을때마침처남을만났었다.이런저런이야기가나오다가경찰청장이야기가나오자갑자기언성을높였다.하,그참.글마(그사람)하고한부서에서일년넘게근무했거등.내생각엔절대로청장깜이아인데청장되능거보모참.

정년퇴임한그는B시를떠나M시의면단위산골에집을사서이사했다.

아들만셋인그는서울과B시에자식들을두고내외분이시골생활을시작한것이다.

시골생활십여년에이르자요즘은효소도보내오고절임이나귀한약초들까지보내오기도한다.

가끔약간혀꼬부러진소리로자네는한번안내려오나하고섭섭한듯전화를하기도한다.

그런처남이다리를다쳐병상에혼자있다는소릴들으니웬지가슴이휑뚫린듯하다.

위세당당하게,’산적’같은덩치의부하직원들을닥달하며동분서주했던그도세월은어쩔수없나보다.

그래,가는세월앞에’왕후장상王侯將相’인들무슨소용이며,’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또한풀잎위의이슬에불과할것이다.

처남의쾌유를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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