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금요일오후고교동창Y에게서전화가왔다.
오랜경찰생활을마치고어린이들의등하교도우미로봉사하고있는친구에게서다.
새해인사로덕담을나누고나서친구는내가교회땜에일요일은어려운줄알고내일(토요일)점심을같이하자고제안한다.삼사년전만해도뻔질나게만나다가나이도들고시간맞추기가어렵다보니얼굴못본지가꽤오래됐다.
좋다고했더니어디가좋으냐고묻는다.우리나이에는육고기보다생선이좋겠다고했더니노량진수산시장에서만나자고한다.’불감청고소원’이었다.
단짝친구R도불러오랜만에회포를풀기로했다.
1호선노량진역이다.주말정오무렵이라사람들이많지않다.
마침눈이온다고예보를했지만바람에눈발이휘날리는정도였다.
사진을찍다보니무슨학원광고가들어갔다.이건절대로나와관계가없다.
사진에서지워야겠지만내게그런재주도없고.
2호선신촌역에서전철을타면서신도림역에서1호선으로갈아타기로했었다.
그런데지하철안내도를보니당산역에서9호선으로갈아타면더빨리갈수가있었다.
당산역에서내려좀걷긴했지만9호선(개화-신논현)으로갈아탔다.운이좋은지내가탄전철이급행이어서여의도역다음이노량진역이었다.십오분정도는단축한셈이었다.
노량진역에내려전화를했더니Y와R은벌써수산시장에도착해서구경하고있다고시장으로오란다.
난생처음고가도로를건너수산시장으로갔다.
종전에는아내가운전하는차로여의도를경유해서더러갔지만노량진역에서고가도로로수산시장가기는처음이었다.
고가도로에서보니63빌딩이눈앞에다가선다.
친구들을만났다.저들은내가생선을잘아니나더러골라보라고한다.
아무래도겨울은방어가좋아싱싱한놈으로하나골랐다.여기에입가심으로멍게한접시를곁들였다.
내욕심으로는해삼이좋았지만Y가이빨이안좋아여문건못먹는다고엄살을떨어멍게로정했다.
마침앞지하에식당이있어생선회를보내달라고시키고셋은그곳에자리를잡았다.
안타깝게도맛기행에는서툴어수산시장풍경이나생선회사진은찍지를못했다.
한창먹다가생각나서안주접시를찍으니친구들이의아하게쳐다봤다.^^
R과는지난1월초에만났지만Y는거의2년만에만나셈이라그간의격조했던인사들을나누느라정신이없었다.
게다가좋은안주에소주도한잔해야하니정신이휘둘릴수밖에.그래서사진도못찍고.ㅎㅎ
도우미가파란두껑의소주를꺼내오자Y는빨간걸갖고오라고시킨다.그러면서멋쩍은지"야,술은독한걸묵어야안되나"하며나를보고슬쩍웃는다.하나도안변했다.
R은앉자말자선언을했다."내는딱넉잔만묵으낀께너거는알아서묵으라."삼사년전만해도무조건한사람당소주세베이(병)라며큰소리쳤는데아프다보니많이약해졌다.서글픈생각이들었다.
R은소주를한모금마시더니우리집은새해들어일이슬슬잘풀린다며자랑을늘어놓는다.
얘긴즉슨,둘째아들이모국가기관의파견검사로나갔다며운을뗀다.또아흔된노모가한동안치매로고생했지만두달전부터정신이돌아와밥도잘자시고건강도좋아졌다며입이귀에걸렸다.
게다가맨날시어머니와입씨름을하던아내가소화불량으로고생했는데,주위의권유로어떤직장에나가고부터는소화불량도없어졌고시어머니와입씨름도안한다고연신자랑이었다.
R의자랑을듣고있던Y가말없이소주잔만비우길래걱정이되어물었다.
"Y야,그래,이번설에는고향잘댕기왔나?"그러자Y는소주를훌쩍비우더니"말말아라.제사를내가갖고와서올해부터는우리집에서지낸다아이가."하며말문을연다.
"그래,친구들아.내말좀들어봐라.내가우리종가에제일어른이거든.우에형님들이다죽었응께내가인자젤큰어른인기라.그란데종손이란놈이지사(제사)를안지내는기라.저거처가예수믿는다꼬우리가지사지내로내리가모조카며느리는밖으로나가삐는기라.그라고는지사가다끈나야돌아온다쿵께.이기도대체말이되는소리가.그랑께우리집사람이할수없이임석(음식)다해서지사지내는데,그랄라모머때매고향까지간다말이고.그래서지사를갖고왔다아이가."
Y는속이상한지계속소주를들이킨다.그러면서내게한마디한다.
"야,니도예수믿지마는그래조상숭배하는기머이잘몬댔노.하나님도부모를공경하라꼬말씀했다아이가.내가한발양보해서절을몬하겄시모묵념이라도하라캤다꼬.그래도지사는보이코트라.이기자슥새끼가.지도맹색이교육자출신임서는.그라고임석은또무신죄가있다꼬저거자슥들한테는손도몬대거로하네.임석에무신조상귀신이붙었나.하나님이그리속이좁은하나님이가.니가말함해봐라."
친구의넋두리에나는할말을잃었다.
내가믿는하나님은인간을사랑하시고,자유롭게살기를원하시고,서로배려하며살아가기를원하시는사랑의하나님이신데,뭐가잘못돼도한참잘못됐다는생각이들었다.
오랜만의노량진수산시장나들이는세시간여만에끝났다.
의기투합한우리는앞으로매월한번씩만나자고다짐했다.그리고빠이빠이~~
이약속이제대로지켜지려면우리가건강해야되겠지.
그래,친구들아,다시만날때까지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