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테너’엔리코카루소(EnricoCaruso,1873-1921)를처음만난게60년대초였으니오십년도넘었다.
당시엘피음반으로’10명의테너와아리아’란앨범이나왔었다.카루소를비롯해마리오란자,윳시비욜링,베냐미노질리등기라성같은테너열명과그들이불렀던아리아열곡이수록되어있었다.
기억에남는곡은비욜링의’일트로바토레’중’타오르는저불길을보라’와페루초탈리아비니가불렀던’사랑의묘약’중’남몰래흘리는눈물’정도다.아,주세페디스테파노가노래한’토스카’중’별은빛나건만’과지금얘기하려는카루소의’팔리아치’가운데명아리아’의상을입어라’도있었다.
열명의테너중카루소의노래는첫곡으로올라있었다.
노래가시작되자분노한듯한곡조에이어갑자기터져나오는폐부를찌르는날카로운웃음소리,’아하하하’하는웃음은내가슴을송곳처럼찔렀고,종반에들어울부짓으며절규하는목소리는깊은인상을남겼었다.
그때부터카루소에많은관심을가졌지만들을수있는노래는거의없었고,80년대들어씨디가보급되면서그의노래들이복원되어요즘은많은명곡들을들을수있게되었으니그또한축복이다.
젊은내혼을빼앗은’의상을입어라(Vestilagiubba)’는이탈리아작곡가레온카발로(RuggieroLeoncavallo,1858-1919)의오페라’팔리아치(Pagliacci)’에나오는아리아다.
‘팔리아치(‘광대들’이란뜻)’는마스카니의유명한오페라’카발레리아루스티카나’와더불어이탈리아베리스모(사실주의)오페라의최고걸작으로손꼽힌다.
이오페라는1892년토스카니니의지휘로밀라노베르메극장에서초연되어큰성공을거두었다.
레온카발로의아버지는순회판사였다고하는데,이오페라는실제있었던사건에서줄거리를따왔다고한다.
이야기는유랑극단단장인카니오가어린고아넷다를데려다길렀는데,넷다가장성하여아버지뻘되는카니오와결혼하게된다.그렇지만넷다는마을청년실비오를만나면서새로운사랑에눈떴고,비극은시작되고.
넷다와실비오의밀회를목격한카니오는분노했고그날밤연극이현실과유사한아내의불륜이었다.
극중에서카니오는현실과연극을혼돈하게되고상대역인아내넷다와마을청년실비오를살해하고만다.
‘의상을입어라’는아내의불륜으로고민하던카니오가연극이시작되자광대의상을입으며절규하듯부르는노래다.
"연극을하자고!미칠것같은이꼴로,지껄이는짓도연기하는것도,난전혀기억이없다.하하하하…
……오,웃어라.광대여,너의깨져버린사랑때문에.웃어라,가슴찢어진슬픔을."
처절한노래는두고두고내가슴에남았었다.
단언컨대,카루소만큼’의상을입어라’를잘부르는테너는아직까지보질못했다.
딴테너들은볼것도없고,인터넷에가장많이나오는파바로티의노래를들어봤다.
고향말로’택도없다.’현세최고의테너라는파바로티도노래를들어보면교과서읽기와같다.별로감정이없다.
그렇지만카루소의노래를들어보면격이다르다.온몸을던져노래부르는’거목’의모습을볼수있다.
파바로티도뛰어넘지못하는한계,그것이바로엔리코카루소다.
지금카루소가태어났다면,안타까운상상일뿐이다.
엔리코카루소는1873년2월25일이탈리아나폴리의가난한가정에서스물한명의자녀중열여덟번째로태어났다.
그렇지만위의형제들이일찍세상을떠나맏이로살았다.가난한집안의생계를위해그는열살때부터견습공으로일해야만했고,교회성가대와레스토랑에서노래를불렀다고한다.
그가본격적인성악공부를한것은그의천재성을알았던성악교사굴리엘모베르지네를만나면서였다.
카루소는스물두살되던1895년마리오모렐리의오페라’친구프란치스코’로데뷔했다.
테너로서의명성을얻게된그는서른살이된1903년뉴욕메트로폴리탄극장무대에섰다.
당시카루소의노래를들었던뉴욕타임스기자며음악평론가였던W.J.헨더슨은이렇게썼다고한다.
"풍성한음역과넘치는힘,억지로밀어올리지않는자연스럽고자유로운음성,매끄럽고부드러운음색이었다."
명지휘자토스카니니역시"그는마치천사처럼노래한다"고극찬했다고한다.
카루소는완벽한가창과소박함그리고자연스러움으로오페라계의거목으로우뚝섰다.
카루소의장점은유연한벨칸토풍의노래에서부터무거운바그너의악극에이르기까지모든노래들을구사할수있다는데있었다.
그렇지만한세기를걸출한노래들로수놓았던그도무리한공연일정과그에따른과로로1921년고향나폴리에서세상과이별했다.그의나이마흔여덟이었다.
세기의테너카루소를처음만났던젊은날의그감회를되새기고싶다.
오늘은베르디의오페라에서불렀던열정적인그의노래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