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바람이빗줄기를몰고오는지쪽마루를때리는빗소리가성큼다가왔다.
따끈한커피가목줄기를타고넘어가자가슴속이풀리며지난날의얄미웠던기억들이스르르녹아들었다.
오만하고냉정했던은미의처연한차림새가청년의마음속앙금들을씻어주었는지도모른다.
"뭘그리생각하노.그래,군대제대했다꼬?"
은미의말소리에청년은상념에서얼른깨어났다.
은미가홍시의꼭지를따더니반으로쪼개접시위에놓았다.
"그때는참미안했다,별생각없이닐로좀골릴라꼬한긴데니한테도그렇고인혜한테도대기(많이)미안하더라.언젱가니한테사과할라캤는데오늘만난김에사과하께."
"다지내간일인데뭐.그건그러코강철이는요새우찌지내노."
"글쎄,내도삼년전우리집이이리되는바람에졸업도몬하고내리왔다아이가.우리행팬이이리되고봉께외갓집하고도연락을끈코사는기라.아매철이는대학졸업했을거로.철이는학훈단아이가."
"그라모군에있건네.그리친하던놈도대학들어가고소식끈킨께아무소용이없는기라."
"커피한잔더주까."
"됐다,니가졸업도몬하고집으로내리왔다쿵께좀그렇네.그래,요새는우찌지내네."
"말도말아라.넘새시러바서길가나댕기도몬하고집에틀어백힌지삼년째다."
은미는들었던찻잔을놓고고개를푹숙였다.아마눈물을감추기위해서이리라.
잠시침묵이흘렀다.청년은홍시를집어만지작거리다가도로놓았다.
"참,요새인혜는좀만나보나.대학도니랑같은B시에들어갔다매."
"말말아라,갸만나지도몇년대따.영진도가안나가네."
"진도?"
청년의말에은미가피식웃었다.
빗소리가점점굵어졌다.어디선가쾌종시계가열두점을때리는소리가들려왔다.
"아이구,벌써점심때네.그만가볼란다."
청년이자리에서일어났다.
"집이이래논께점심묵고가란말도몬하겄다."
"무슨,오늘커피잘마싯다.기회되모안만나것나."
빗줄기가쪽마루까지때리며지나갔다.
"아따,봄비치고는마이내린다야."
뜨락에서우산을펴며청년이짐짓밝은목소리로말했다.
"그래,멀리몬나간다.잘가래이."
은미는금새방안으로들어갔다.
웬지굵은빗줄기가가슴속으로내리고있다고청년은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