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꿈을많이꾸는편이다.그렇지만아침에일어나면무슨꿈을꾸었는지기억에남아있지않다.

그러다보니분명히꿈을꾸긴했지만전혀기억에없어밤중에깨고나면기억을더듬노라잠을설치기도한다.

어떤날은전날밤꾼꿈이그림책을보듯머릿속에환하게기억되기도한다.그런꿈은대개부모님이나형제들이나타났을때그렇다.

그꿈을꾼다음날은무슨좋은일이라도생기지않나기대해보지만어디까지나기대로그치기일쑤다.

어떤사람들은꿈속에부모님이보이면좋은일들이생기기도한다는데.

엊그저께꿈속에서십이년전세상을떠난고종사촌동생을만났다.

동생은늘그랬듯이나를보며환하게웃고무엇인가손짓을하는듯했다.나도꿈속에서생시와같이야,오랜만이다.그래,요새는어떻게지내하고물었던것같았다.

한참을무슨이야긴가한것같은데깨어보니꿈이었다.허망한생각과함께나도모르게눈물이났다.

고모님의아들이었지만나보다두살적은동생과는친형제이상으로정답게지냈다.

두살어린내동생은여자애여서그와내가더친하게지냈는지도모른다.게다가할머니께서그동생을끔찍히사랑하셔서어떤때는장손인나보다외손자를더챙기시는할머니가미울때도있었다.

나이는두살터울이었지만내가일곱살에입학했으므로학년은삼년차이가났었다.

고모님은당신의아들을잘데리고놀라며내게각별한친절을베풀어주셨다.

고모님은큰음식점을하셨기에별도로집을얻어동생과나를함께살도록했다.당시우리집은아버지의계속적인사업실패로어려웠기에할머니께서나와동생을데리고따로살림을사셨다.그러다보니자연히나는동생의가정교사가되어공부를가르쳤다.

60년대초,고교생인나와중학생인동생은삼년여할머니와함께살았다.

고모님이생활비를대주셔서곤궁하진않았지만,할머니는거의저녁마다국수를삶아주셨다.멸치육수에소풀(부추)나물이나질금(숙주)나물을고명으로얹고고추장을맵게풀어둘은잘도먹었다.

그때우리가먹었던국수그릇은큰양푼이었는데,요즘국수의삼인분정도되는양이었다.그많은양의국수를우리는빨리먹기내기까지하면서깨끗이비우곤했었다.

그래서지금도국수는물리지않고잘먹는지도모른다.

지금도동생을생각하면가슴짠한추억이있다.

내가A시에서군대생활을했을때인69년설날,건강이좋지못했던나는몸이아프다고집으로전보를쳤었다.

설날아침제사모시다가전보를받은집에서는대학입시를준비하고있던동생을내게보냈다.

설날저녁무렵급하게달려온동생덕분에외박을나간나는시내여관에서싸온음식을나누며따뜻한겨울밤을보냈다.그렇지만지금생각하니정월초하루부터내가몹쓸짓을했던것같아마음이아프다.

동생은시립도서관의사서로취직되어사무관자리에까지올라갔었다.

80년대중반임명장을받기위해서울까지온동생은나를불러내어축하주를흠뻑마셨고,가문의영광이라며좋아했었다.그러나그게독이될줄이야.

그후국립대학교도서관과장으로이곳저곳옮겨다니던동생은처자식을고향에두고혼자떠돌다보니생활의질서를잃어버렸다.사람을좋아하고술을좋아하다보니결국은병을얻었고쉰다섯의나이에이승을떠났다.

동생이삶을마감했던2002년가을,부모님묘소참배를빌미로고향에갔다가동생을만났다.

쇠약한몸으로사천읍내에살고있던동생을만나제수씨와함께식당에서점심을먹었다.마침전어철이라밥상엔전어회가먹음직하게올라왔다.

전같으면둘이서전어회를안주로소주댓병은마셨을터인데동생은회한점도겨우넘길정도였다.

내가소주를시켜야하나하고잠시머뭇거리자동생이먼저선수를쳤다.

형,내(나를)봐라,술마이묵다가이리댔다아이가.인자술좀고마무라(그만먹으라).

그말이내게남긴마지막말이었다.식사후헤어질때도동생은말없이눈짓만으로나와작별을나누었다.

그게마지막이었다.그해12월30일아침,동생은먼저하늘나라로갔다.

길거리목련나무에꽃망울이제법맺혔다.이제봄은우리곁에바짝다가왔다.

동생의꿈을꾼다음날,나는사무치게동생이그리워마음속으로한참울었다.

‘봄꿈은개꿈’이라지만동생이모처럼나를찾아왔으니이봄에좋은일이생기려나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