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노량진수산시장에서친구들과만난자리에서뜻밖의일을겪었다.
싱싱한농어회에연어회를곁들여’성대한’친구들끼리의오찬이시작되었을때였다.친구들이래야겨우셋이모였고,빨간딱지의소주를곁들인화기애애한자리였다.
저마다의잔에소주를채워우리건강하게잘살자며덕담을나누고입으로가져갔다.그러자흐뭇한미소를지으며소주를털어넣던R의눈에서눈물이조르르흐르는것이었다.
게다가R의입에서이렇게한꼬뿌항께참말로감개가무량하다는소리까지나왔다.
친구의눈물을본Y가가만히있을리없었다.
얼씨구,야가대낮부터와이라노.안죽(아직)술도묵기전에치했나.안그라모집에무신일이있었나?
R이싱긋웃으며대답했다.무신일은무신일,내사마너것들하고이리한잔묵응께기분이좋아서내도모리게눈물이나온기라.참,내나이가벌서칠십인데이리흐뭇한기분도오래간만이다.
자슥,내는또니가무신나뿐일이있는줄알고깜짝놀랬다아이가.Y도픽웃었다.
R은성깔이대단한친구였다.남에게지기를싫어했고경우에벗어난일을보면반드시한마디하고넘어갔다.
이런성질탓에R이동창회에나타나면슬슬피하는친구들도있었다.반면인정스러워서남에게베풀기를좋아했다.
한번도동창회에빠진적이없었고,친구들의경조사에는열일을제폐하고참석했다.대학을나와잠시교편을잡았지만자유분방한성격으로개인사업에뛰어들었다.
80년대초반에는자가용을굴릴만큼제법돈도벌었지만몇차례의부도를맞으며겨우입에풀칠하는신세가되었다.
그렇지만한번도우는소리한적이없었고남한테손을벌린적도없었다.오히려급히결제해야할돈을어려운친구에게덜썩빌려주어낭패를당한적도많았다.
이런R을보고친구들은저렇게마음을쓰니아들이장원급제(고시합격)해서잘되었다며박수를보내기도했다.
술잔을비운R이입을열었다.
바라,내가요몇년새아파봉께참말로지난세월들이야속한기라.내가좀성질이더러바서입은거칠지만서도친구들한테는한다꼬한거너덜은안다아이가.그란데내가골골항께걸핏하모술묵자꼬연락오던놈들이딱소식을끊어삔기라.참,더럽데.
인자요새는좀댕기기도낫고안묵던술도한잔석항께이자슥들이살살연락을해오능기라.안그래도아들놈이턱국가기관에파견댔다꼬신문에낭께전화가줄줄이오능기라.더러바서한놈도전화안바다따.
우리둘은R의푸념에아뭇소리않고귀를기울였다.
빈잔에술을따른R이싱긋웃는다.
보래,요새는전에대노모(비교하면)몸도조코항께옌날거치일인당세베이(병)는안되고두베이는묵어야안되겄나.안그렇나.하모,하모.빨리니몸이나나아라.
둘은R의말에동감을표시하며머리를주억거렸다.
R이한마디더했다.
내가오늘내도모리게눈물이흐릉거는변함업시낼로생각해주는너거둘을봉께고마눈물이나온기라.
그러타꼬딴놈들한테는내가눈물흘맀다소리하모안댄다이,알겄제.
R의다짐에Y가걸걸한소리로대답했다.
자슥,니가글상께내도고마눈물이나올라쿤다아이가.자,고마술이나한잔더하자.
술판은금새활기를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