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들이쉴새없이떨어져내린다.마치이슬비라도오듯길위에,꽃밭위에,사람들의머리위에까지하염없이하늘거리며떨어져내린다.
모처럼딸네집에왔다가아파트단지내의커피전문점에서카페라떼한잔을사들고바깥테이블앞에앉았다.
햇볕은초여름날씨처럼따갑지만탁트인공간에서시원한바람이불어와상쾌하기그지없다.
인근어린이놀이터에서아이들의깔깔거리는웃음소리가들려온다.웬지나른한느낌이든다.
컵속의진한커피한모금을마시다가스르르눈이감겼다.
얼마나지났을까.누군가내뱉는기침소리에번쩍눈을떴다.
사위를둘러보니아파트단지안이무덤속처럼고요했다.벚꽃나무에서떨어지는꽃잎이땅과부딪치는소리마저들릴만큼단지안은고즈넉하다.조금전까지놀이터에서깔깔거리던아이들의웃음소리도들리지않는다.
마당에는아무도없었다.그런데저만치벚꽃나무아래벤치에웬사람이앉아있었다.자세히보니낡은모자를눌러쓰고추레한외투를걸친호호백발노인이었다.
노인은꿈쩍도않고그린듯이앉아있었다.
자리에서일어나노인앞으로다가가자그제서야실눈을뜨고쳐다보았다.
가까이가서본노인의모습은말이아니었다.모자는발로밟은듯흙투성이에짖이겨졌고입고있는외투도꾸깃꾸깃한데다가온통구멍투성이었다.
그뿐아니었다.노인의얼굴은누구에게얻어맞기라도한듯퍼렇게멍이들어있었다.
할아버지,어쩌다가이러셨어요.깜작놀라다급하게소리쳤지만노인은빙그레웃기만했다.
얼굴은왜그러셨어요.어디넘어지기라도하셨나요.
그제서야노인은입을열었다.아니,괜찮소.항상그런걸뭐.
항상그렇다니요.늘넘어지기라도하시나요.
허허,그런게아니라우리들삶이늘이런꼴이란말이요.
노인의말은선뜻이해가가지않았다.의아하게쳐다봤더니노인은잔잔한미소를보내며말했다.
지금내꼴이말이아니지요.아마불쌍하게생각할거요.그렇지만그게우리들의숙명인걸어쩌겠소.
숙명이라니요.그게무슨말씀이신지.
이봐요.지금에야내몰골이이렇소만나도젊고싱싱한시절이있었다오.그때는세상사람들이나를쳐다보고곱다며감탄들을했었지요.아리따운아가씨들조차내곁에와서방끗웃으며사진들을찍고깔깔거리며좋아들했었지요.그시절엔세상에서부러울게없었다오.공중의새들과저찬란한태양까지도나를시샘할만큼말이오.
노인은힘에부치는지잠시말을멈추었다.
우리들의좋았던시절은그리길지못하다오.이슬비한줄기와바람한줌에도생을마쳐야하니말이오.
며칠못가서마침내우리들육신은길바닥에나딩굴고지나가는사람들의발에밟혀상처만남는다오.이모자도,이외투와얼굴도그밟힌흔적들이란말이오.
하지만,우리들은자랑스럽다오.잠시나마사람들의눈을즐겁게했고,많은사람들이우리를보며위안을얻었을터이니말이오.그거면되었지않소.우리들같이잠시의위안도주지못하고오히려사람들의눈총만받다가생을마치는인간들도수두룩하거든.거기비하면야…
노인은벌떡일어서더니성큼성큼벚꽃나무들사이로걸어갔다.
노인장,노인장.사라지는노인을향해소릴질렀다.무슨말이라도더해야할것같았다.
그런데걸음이성큼떨어지지않는다.그저손만허우적댈뿐이었다.
아빠,아빠.그새잠이들었어요?
누군가의소리에눈을떴다.딸애가빙그레웃으며보고있다.
어,깜빡잠이들었나.피식웃음이나왔다.
온마당에꽃잎이늘려있었다.
차마그꽃잎들을밟지못해까치발을한채덤성덤성걷지않을수없었다.
머리위에서’꽃비’는하염없이내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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