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생각나는옷을찾는데보이질않았다.결국내옷을둔서랍들을모조리뒤졌다.
옷을찾긴했지만서랍을뒤지면서많은것을느꼈다.그동안내가너무많은것들을움켜쥐고살았구나.
한두번입다가넣어둔옷하며,색깔이그래서,모양이그래서그냥넣어둔옷들이장난아니다.
그뿐이랴.자식들이가끔사다준와이셔츠며티셔츠가비닐포장지에든채그대로들어있다.
그것도모르고몇번씩세탁한낡은옷들을입고다녔으니이것도무슨병인게분명하다.
구두나운동화도그렇다.신발장에는몇번신어보지않은구두나운동화가몇켤레있다.
그런데도이삼년씩이나신고다닌낡은구두를한사코끌고다닌다.보다못한아내가신발장의구두는언제신을거냐고묻는다.그때마다나는이구두가낡긴해도발이편해서신는다며고집을피운다.
이쯤되면못말리는늙은이임에틀림없다.
이것뿐만이아니다.책도그렇다.젊은시절한두권사모은책들이제법많아이사다닐때는엄청고생을했다.
이젠눈도전만못해책을읽는시간도별론데아직까지못버리고있다.
한때는음악에빠져디스크를사모으는통에이사할때마다그문제로아내와언쟁을벌이곤했다.지금은크기가작은씨디여서큰짐은아니지만수량이많다보니그것도만만찮다.
가만히생각해본다.왜쓸데없는옷가지며책,신발들을이토록’알뜰하게’모아놓고사는지를.
아마도신산辛酸의세월5,60년대를살아왔기에그와같은버릇이생긴것같다.그때는참으로모든게귀했었다.
양말도기워서신어야했고,내의도몇번씩기운걸헤질때까지입고다녀야만했다.그깁고헤진옷들을버린게아니라밑의동생에게물려주기까지했으니그만큼생필품이귀했던시절을살아왔던것이다.
그러다보니물건한가지라도함부로버리질못하고차곡차곡챙겨두는버릇이생길수밖에없었다.
이젠내려놓고살아야할것같다.
요즘KBS가노조들의총파업으로시끄럽지만엊저녁방송된’한국인의밥상’에서좋은말을들었다.
진행자최불암씨가지리산을찾았다가느낀소회를한마디했다.
"지리산에온다고배낭에뭘잔뜩넣어왔는데제대로써보지도못하고짐이되고말았지요.우리의삶도쓸데없는걸잔뜩지고끙끙거리며살아오진않았는지지리산에와서배우고갑니다."
지금까지끙끙거리며지고왔던게옷이며책,구두나디스크만은아닐것이다.
분에넘친갖가지욕심들까지잔뜩짊어지고가쁜숨을내쉬며지금까지걸어왔을터이다.
이젠내려놓고좀편안하게살아야지.
그게내남은삶을훨씬즐겁고건강한길로안내할것이다.
블로그이웃님의글을읽고댓글을올렸다가문득생각나서두서없는생각들을펼쳐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