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목’해 주셨던 어머님의 손길

초복이아직열흘이나남았는데도불볕더위는추호의거리낌이없다.

연일서울의낮기온이33도를오르내리고최저기온도25도로열대야현상을보이고있다.

지난며칠동안침대에서잠을이루지못하고마루에나와찬매트위에누워서야그나마눈을붙일수가있었다.

몸에열이많은데다가땀까지많이흘려여름은진정피하고싶은계절이다.

그렇지만피할재간이있나.순리따라사는게인간의미덕이거늘.^^

팔베개를하고누워어린시절을떠올려본다.

그시절도무덥기는지금과진배없었던것같다.간선도로의아스팔트가뜨거운철판위의엿가락처럼녹아간혹자동차라도지나가면움푹파일정도였으니까.

그때는선풍기도구경할수가없었고,부채도귀한시절이었다.여름방학숙제한다고방바닥에엎드려공부를할라치면팔뚝에흘러내린땀으로공책이젖을정도였다.그러면공책에끼워둔책받침을꺼내부치곤했다.

뙤약볕이절정을이루고사위四圍가떡시루처럼푹푹찌면어머님은내게물심부름을시켰다.

맏이였던나는얼른눈치를채고물통과두레박을집어들었다.집엔우물이없었기에동네우물에가서물을길어와야만했다.찬물을길어오면어머니는나부터’등목’을시켰다.이등목을고향에선’등물’이라고했다.

입고있던런닝셔츠를벗고두팔을쭉뻗어엎드렸다.어머님은허리께서부터목덜미까지찬물을끼얹으며손으로등짝을밀어주셨다.찬물을부을때마다아이,차바라(앗차거)하는소리가비명처럼흘러나왔다.

그때의입성이란게참으로간단했다.특히여름은런닝셔츠와펜츠만있으면그만이었다.

기억하건데,초등학교시절여름에입었던런닝셔츠는앞면에조잡한그림이그려진흰런닝이었다.무슨만화같은그림이그려진런닝을그시절엔좋다고입고다녔다.

아랫도리는검정색이나군청색의펜츠하나였다.허릿띠대신고무줄로만든펜츠안에는아무것도입지않았다.

그래서간혹짖궂은친구들이몰래뒤에서펜츠를꺼집어내리면속절없이아랫도리를몽땅내놓아야만했다.

등목해주시는어머님의손길은참으로부드러웠다.

중학생때까지음식을가려먹어키도작고몸도허약했던나를어머님은늘안쓰러워하셨다.

갈빗대가앙상한가슴과허약한등짝에찬물을끼얹으시며어머님은늘혀를차셨다.

간혹등짝을손바닥으로치시며니는입이짤바임석(음식)을아뭇끼나안묵어서빼가지가앙상하다아이가.젤큰놈이이래갖고우짜겄노.큰일이다이하고핀잔을주었다.

무더운여름날오후어머님이등목을시작하면우리형제들의입가에는웃음이감돌았다.

시원한등목후엔어김없이맛있는간식을주셨기때문이다.새옷으로갈아입고땀띠를예방하는분까지발라준어머님은미리준비해두었던간식을나누어주셨다.

간식은찐옥수수거나삶은감자,고구마였고간혹콩국에’우무’를말아주어우리를기쁘게해주셨다.

홍제천가에는이런폭포까지만들어산책객들의발길을모으고있다.

저녁답에물보라를보며더위를피하는것도좋은방법이리라.

그렇지만어려웠던그시절,찬물로등목을하고나눠먹었던’우무’의그고소했던맛을다시보기는결코쉽지않을것이다.그래서마음한구석이왠지썰렁한것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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