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국민학교6학년때였으니57년전이다.그해가을소풍이내일로다가왔다.
당시만해도소풍은대개도동으로갔었다.남강댐이건설되기전이어서그곳은백사장이끝없이펼쳐진곳이었다.학교에서도동은왕복십리가넘어어린애들이걸어갔다오기에는좀먼곳이었다.그렇지만수백명의애들을풀어놓기에는그곳만한데가없었고가는중간에뒤벼리가있어남강변의풍경을볼수있어소풍지로는따라갈데가없었다.
국민학교마지막소풍이어서소년은이것저것어머니께주문했다.용돈도넉넉하게주고도시락도고기반찬으로해달라고며칠전부터졸랐다.소풍전날,소년이학교에서돌아오니어머니가부엌에서뭔가를다듬고있었다.가까이가서보니고기같기도한데빵처럼보이는게난생처음보는음식이었다.
어머이,이기머입니꺼.빵입니꺼.안그라모개깁(고기)니꺼.어머니도좀난감한얼굴이었다.글케말이다.이기동까스라쿠는데내도처음본다아이가.이거오데서났는데예.너거장사하는큰고무(고모)가낼니산포(소풍)갈때주라꼬좃다아이가.
소년이보기에도돈까스는먹음직했고구수한기름냄새까지풍겨입맛을다시게했다.
다음날,여늬때와같이비가내렸다.그때소년이다녔던국민학교는소풍이나운동회를할라치면어김없이비가내렸다.들리는말로는학교뒷산에서용이되려는뱀을죽여그저주로행사때마다비가내린다고했다.소년은하늘을원망하며학교로갔다.어머니에게는동생들이돈까스에손을못대도록해달라고단단히부탁까지했다.
수업시간내내돈까스가눈앞에어른거려어떻게공부를끝냈는지도몰랐다.저녁밥먹을때맛있게먹을거라며잔뜩벼르고집으로왔다.그렇지만밥상에올라온돈까스는절반으로줄어있었다.어머이,와반뻬이(밖에)안남았십니꺼.소년의목소리가높아졌다.너거동생들이묵었다아이가.누가묵었어예.소년이성난얼굴로밥상앞에앉은동생들을훑어보았다.와,누가묵었이모머할끼고.거기라도고마아뭇소리하지말고묵으라.그렇지만화가난소년은들고있던숟가락을밥상위에동댕이쳤다.씨~~안묵어.그러자성난어머니의목소리가흘러나왔다.이기무신짓이고.밥상에수까락을던지다이.그러고는소년의머리를쥐어박았다.성난데다가꿀밤가지맞은소년은씩씩대며밖으로뛰쳐나갔다.뒤에서소년의이름을부르는어머니의목소리도아랑곳없이.
밖은이미어두워져있었다.소년은성에받쳐배고픈줄도모르고이곳저곳헤매고다녔다.
친구네집에라도갈까했지만성난마음으로갈수는없었다.골목앞도랑을따라남강백사장으로갔다가다시거슬러올라와중앙시장도한바퀴둘렀다.시간이흐르자허기도졌고절반남은돈까스가어찌되었을까하는조바심도났다.그러나집을뛰쳐나온죄가있어집주위를맴돌다가열시가넘어서야도둑고양이처럼살며시집으로들어섰다.동생들은자는지불도꺼지고조용했다.
가만히마루로올라서자큰방문이열리더니어머니가나왔다.야,이놈아.그래썽난다꼬밥도안묵고밖으로내빼.어머니의목소리는한결부드러웠다.니동까스남가났응께묵으라.어머니는부엌에서접시에담긴돈까스와수저를들고왔다.돈까스를보는순간잊었던분노가소년의가슴에서다시살아났다.
안묵어예.소년은버럭소리를지르고작은방으로들어갔다.참말로안묵을래.어머니의다그치는소리에소년도맞받아쳤다.안묵는다꼬예.그래?알았다.
어머니가마루에서돈까스를먹는소리가방안까지들려왔다.이리마싰는거로안묵는다꼬.그라모내라도묵어야되겄다.안그라모임석(음식)이쉴낀데.
어머니가음식먹는소리를들으며소년은자리에누웠다.아,마싰다.이리꼬시고마싰는거로안묵다이.
소년의눈에는어느새눈물이흘렀다.그날밤소년은한잠도자지못하고뜬눈으로밤을지새웠다.60여년이흐른지금도그때의억울했던감정이되살아난다.
어머이,그때는참말로야속했다아입니꺼.참말로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