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아내가뜬금없는소릴한마디했다.
자리에서일어나내얼굴을빤히쳐다보더니한다는소리가예전에그깨끗하던얼굴이왜이리울퉁불퉁못나게변했느냐고타박한다.나도볼멘소리로내나이가몇인데지금깨끗한걸찾아.내년이면칠십이야,이팔청춘인줄알아하고불편한심기를드러냈다.아내는지지않고그러니까얼굴관리좀잘해야지하고염장을지러고는몸이찌부듯하다며동네목욕탕으로갔다.아침부터한방먹었다.
아마도사흘연속저녁밥상에서막걸리를한병씩비웠더니못마땅해서한소리일것이다.ㅎㅎㅎ
늙어가는것도서글픈데기분이별로다.
침대에다시누워머리맡의라지오(이웃님이이렇게부르기에)를켰더니드보르작의’신세계로부터’교향곡중4악장이흘러나온다.그곡을들으니웬지마음이울컥해진다.
고2때였지.고전음악의수렁에빠져공부는뒷전으로팽개치고최영환선생의’명곡을찾아서’,이흥렬선생의’음악통론’과씨름을했었다.
그시절학교도서관에서고전음악감상회가가끔씩열리곤했었다.
인문계여서오로지대학입시에만목숨을걸고예체능은아예도외시했던학교였다.두어달에한번음악수업이있을때는인근진주농고음악선생님을모시고두세반이합반으로배웠으니까.
도서관에서열리는감상회에가면호주선교사가빌려준녹음기,두개의릴이빙글빙글도는테잎에음악을녹음해서는들려주는게고작이었다.
음악해설도도서관장선생님,국사를가르쳤던P선생님이음악해설서를들고읽어주는식이었다.
그열악했던음악감상회가그때는어찌나고마웠던지감상회가열리는날이면제일먼저달려가곤했다.
그도서관의감상회에서처음으로들었던음악이드보르작의교향곡9번’신세계로부터’였다.
뉴욕에서이곡이초연되었을때2악장의주제곡,잉글릿시호른이연주하는’고잉홈’의선율이흘러나오자귀부인들이손수건을꺼내눈물을닦았다는해설이아직도가슴에남아있다.
그음악을듣고콧노래를부르며집으로돌아가던62년도시월의가을밤,하늘에걸린흰달이지금도눈에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