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이룰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 (2)

이이야기를시작할땐마음이좀격해있었지만,하룻밤지내고보니좀갈아앉네.

슈만선생이라인강에투신했던1854년은내나이스물한살이었지.참으로꽃다운시절이었다고생각해.세상을보는눈도맑고깨끗했지.그런까닭에감성에치우치기쉬웠고,내인생살이에대한판단도신중하지못하고감정에휘둘릴수밖에없었어.글쎄,그게운명이었다면어쩔수없지만말이야.

슈만선생이엔데니히에있는요양원에입원한후나는살고있던함부르크에서뒤셀도르프로달려왔었다네.내가가장존경했고은혜를입었던선생과부인을어떻게든도와야겠다는마음에서였지.그때슈만부인은내게있어누님이나어머니와도같은존재였으니말일세.정말아무조건이나생각없이그분들을도우고싶었다네.그런데앞서도말했듯이사람의감정은참으로기이한게야.만나서얼굴을맞대고속마음을털어놓다보니나도모르게연민이애정으로변해가고있는걸느꼈어.한번불이붙기시작한감정의유희는겉잡을수없을만큼강렬했던것이야.사람들은내가부끄럼이많고유약한성격을지녔다고얘길했지.물론그런측면도있었어.또내음악의색채가고독하고감성적이어서고집불통이고이기적인사람으로평가들하지만아니야.내게도누구못지않은열정이있었고폭풍과도같은감정의기폭이있었다네.내교향곡들의4악장이나바이올린협주곡의3악장을잘들어보라구.

그해5월31일,그러니까슈만선생이요양원에입원한지석달쯤지나서였지.내가슈만부인에게보낸편지를보면그분을향한내마음이어떠했는지를알수가있어.스물한살청년의사랑고백이라고하기엔폭발할듯한절박감이실려있었지.그편지에서이렇게고백했다구."나는부인에게보낸글들에서사랑한다고고백하지못한글들을후회하고있습니다…..사랑하는부인,나는말로표현할수없을만큼부인을사랑합니다.이말은함부로뱉는말이아니고사랑의뜻을지닌모든말들을담아부인을불러보고싶은제마음입니다."이런고백을불쑥던지고도아무렇지않게부인을만났던내마음을이해할수있겠나.그래,내돌출행동에대한부인의반응이궁금하지?솔직히나도이해가안갈만큼부인의반응은냉냉했지.오히려내가움츠려들정도로말이야.그런편지를보낸후부인을만나면전보다오히려더따뜻하게내이름을부르고,마치누님이나어머니같이나를대하는거였어.전혀흔들림없이말일세.

(슈만을처음만났을당시의브람스,스무살이었다)

(클라라슈만)

마치몽유병자처럼사랑의상념에빠졌던나도다시이성을되찾아내가설자리를확인하곤했다네.슈만선생이다음해인1855년봄,마음의안정을되찾아나와요하임을부르곤했었지.오히려부인보다우리를먼저불렀다네.기분이좋아진선생과나는피아노2중주도함께연주하며즐거운시간을갖기도했다구.그당시내가부인의초상화를가져다드렸었지.선생은두눈에눈물을가득담고얼굴가까이초상화를가져갔다네.그러고는말씀했지.아,얼마나그립고보고싶었던얼굴인가.초상화에서눈길을거두지못하고뚫어지게쳐다보던선생의그모습은내마음을울컥하게했었지.부인을향한선생의지고지순한사랑을느끼면서내어처구니없는감정을몇번이나질타했는지모른다구.

그런곡절속에서도부인을향한내철없는사랑은계속되었던게야.그즈음부인에게보낸편지속에내애끓는마음이담겨있었다네.한번들어보라구."내사랑하는클라라!나는매일당신을생각하고당신에게수천번입맞춤을보냅니다…."또다른편지에는이렇게썼지."오늘아침에도당신에게서편지가오지않았고,나는아무것도할수가없습니다.아무것도연주할수없고아무생각도할수없습니다…"

이처럼사랑의열병에빠져버린게야.부인을부르는호칭도당신이나클라라로바뀌었고말이야.슈만선생을생각하면한없이부끄럽고민망한일이었지.사랑이란열병에빠지니수렁에휩쓸리듯나도모르게이성을잃고만것이야.정말괴로웠다네.내마음을통제할수가없어한때는자살까지생각하기도했었지.그때피아노4중주C단조를작곡하고있었어.그1악장도입부의주제를친구요하임에게설명하면서이렇게말했다네.친구,이도입부는말이야.자살을기도하는한사람의절박한심경을담고있다네.그말을들은요하임이말없이씩웃더군.내마음을알기라도하는듯이말이야.

슈만선생은1855년봄건강이좋아지는가했더니여름부터다시악화되었지.그해9월에는요양원장이도저히회복되기어렵다는전갈을보내왔어.다음해인1856년6월8일슈만선생의마흔여섯번째생일날,나는요하임과요양원을찾아갔었다네.선생은지도를펴놓고나라들이름과도시들의이름을부르고있었지.마치어린아이처럼말이야.선생의작품’어린이의정경’에나오는그곡들처럼티없이맑고순진무구한모습이었다네.그모습을보며눈물이왈칵쏟아졌지.의사와간호사는애처롭게보고있었어.마침내올것이오고말았어.달포가지난7월하순요양원에서부인에게급한연락이왔지.임종이다가왔다는급보였다네.7월27일슈만부인이엔데니히의요양원으로달려왔었지.물론나도동행했고.부인은2년5개월만에그토록그리던남편을만나게야.그럼그동안부인은남편을만나지도않고뭣했냐고생각들하겠지.그래,생각들해보라구.아이들일곱에젖먹이까지딸렸고자식들치닥거리하며언제남편병수발을들겠냐구.병든남편대신일곱자식부양하는게쉬운일이아니었다네.아마슈만선생도충분히이해하셨을터이고오히려고맙게생각하지않았겠나.물론이건내생각이지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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