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이룰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 (3)

내독백이지루하지않은가.처음에는뭔가나올것같은기대속에서잔뜩관심을모았겠지만지금까지듣고보니별것도아닌걸갖고뜸을들인다고생각할게야.아마도성질급한사람들은슈만부인에대한자신의짝사랑이야기를장황하게늘어놓는다고생각하겠지.그래,맞는말이야.돌이켜보면이십대초반의한물정모르는젊은이가한참연상의스승부인을흠모하며혼자가슴속에사랑의불길을지폈다는얘기밖에없겠지.단언하건데전혀혼자만의일방적인짝사랑이아니었어.물론내색은안했지만슈만부인도내게따뜻한애정을가졌던건사실이야.설령그게동정차원의사랑이었거나이성으로서의사랑이었는지는확신할수없지만내게단순한우정이상의감정을가졌던건확실해.궁금하면내얘길계속들어보라구.

앞에서도말했지만슈만부인이급한통보를받고엔데니히의요양원을찾아온게1856년7월27일이었다네.슈만선생이라인강에투신했던1854년2월27일이후꼭2년5개월만이었지.라인강투신이후선생과부인은처음만났던게야.그자리엔나도동행했었다네.선생과부인의만남은생각보다조용한편이었어.그때쯤선생은침대에서일어날수도없을정도로쇠약해있었고,부인또한의지가굳은분이어서감정의표현을극도로자제하고있었지.부인은선생의볼에입을맞추었고앙상한손을두손으로감싸쥐며눈물만흘렸지.그때선생의눈가에도이슬이맺혔던걸기억하고있다네.스승이자장인을상대로법적소송끝에아내를빼앗다시피데려온선생이었으니그애틋함이야말로표현안해도짐작할수있었지.부인역시백마디말보다도눈짓하나로남편에대한사랑을말했을거라구.오히려한때나마부인에대한걷잡을수없었던열정으로마음속에죄의식을가졌던내가오히려두분사이에서민망한마음을감추느라애를태웠다니까.그만큼두분의만남은내게큰여운을남겼지.

지금도잊을수가없다네.그날선생과부인이만났을때선생이남긴한마디말씀말이야.부인이선생의손을쥐고눈물을흘리자선생은뭔가하실말씀이있는듯했어.한참동안입술을들썩이던선생이마침내말씀하셨네."IchweiB"."알고있어"란말씀이었지.이말을놓고호사가들은부인과내사이를의심하며온갖억측들을만들었다구.선생이부인과나사이의뭔가를알고있었기에그런말씀을했다는게야.참으로웃기는소리였다네.선생이부인에게"알고있어"라고말씀한것은선생에대한부인의변함없는사랑을알고있다는얘기였겠지.또선생이투병하는동안부인이자식들을위해고생한그아픔을알고있다는말이기도한것이었어.그럼에도그단순한말한마디로엉뚱한억측들을사실인양쏟아놓은그들은분명히자신들의잘못을뉘우쳐야될거라구.그런데해야될말이있다네.이건내주관적인판단이거나착가인진몰라도선생이"알고있어"란말씀을했을때선생의손을쥐고있던부인의손등이잠시,아주잠시파르르떨리는걸보았지.그걸본순간내심장이잠시멈추는듯했어.아,부인도내게어떤감정의편린은갖고있었구나생각했다구.그건어디까지나내생각이었지만말일세.안타깝게도선생은부인과의만남이있었던이틀후,7월29일오후4시편안하게생을마감하셨다네.마흔여섯의길지않은삶이었지.장례식이끝나고나는부인을위해레퀴엠을작곡했지.흔히들말하는’독일레퀴엠’말이야.레퀴엠은죽은영혼들을위로하고평안을비는곡이지만내가만든레퀴엠은좀특별했지.나는죽은사람이아니라살아있는사람,특별히슈만부인을위로하기위한곡을만들었다네.

선생이타계하신후나는마음을다독였지.한때나마스승의부인에게가졌던외람된애정을정리하고오로지부인과그자녀들을위해내모든걸바치기로말일세.물론생각처럼쉬운일은아니었어.걷잡을수없이타올랐던사랑의불길을생각만으로진정시킨다는건참으로어려운일이었다네.그래서내가스물다섯살이었던1858년아가테폰지볼트란여인과의교제를시작했다구.8년간에걸친연애였지.나는그녀와결혼하기위해약혼반지까지교환했었네.그렇지만결혼을눈앞에두고파혼했지.도저히한여자에게얽매여살아갈자신이없었던게야.그래서’결혼으로인한구속이싫다’며그녀와의사랑을정리했다네.이게또세상사람들의구구한억측을자아내게만든단초가되었지.내가지볼트양과의결혼을포기한것은그마음속에슈만부인이있었기에그와같은결과를가져온거라고말일세.허허.그대는어떻게생각하나?뭐,알쏭달쏭하다구.그렇겠지.사실내스스로도전혀슈만부인에대한사랑의미련때문에파혼한게아니라고단언할수없다는게야.어쨌거나나는그녀에대한미안함을지울수가없어용서를구하는마음으로현악6중주제2번G장조(op.36)를만들었다네.1865년내나이서른두살때였어.이곡을완성한후나는친구에게말했었지.이곡으로나는마지막연애에서스스로를해방시켰다고말이야.그래서사람들은이곡을아가테6중주로부르기도한다는구먼.그러고보니우연의일치치고는별일이야.현악6중주1번은’브람스의눈물’이라고해서슈만부인과연관을지었고,2번은약혼녀였던지볼트양의이름이붙었으니말이지.두개의현악6중주곡이두여인과의사랑으로엮일줄이야.참으로알수없는게우리들인생사아니겠어.(계속)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