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이룰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 (4, 끝)

이제내이야기를마칠때가되었네.두서없이이런저런얘길쏟아놓다보니나도약간헷갈리는구먼,그래.1856년7월슈만선생이타계한후부인은40년을더사셨고,나는부인보다1년을더살았어.참으로오랜시간부인을지켜보며살아왔다네.그사이지볼트양과의8년에걸친사랑과약혼그리고파혼이란역경도있었다네.그렇지만그풍랑속에서도슈만부인을향한내사랑은변함이없었지.뭐,또무슨사랑타령이냐고?예끼,이사람아.사랑이라면꼭남녀간의사랑만있는건아니잖아.그래,사람들은그걸두고’플라토닉러브’라고말들하더라구.부인에게보낸내사랑은남녀간의감성적인사랑이아니라순수한사랑이었단말이지.슈만선생이1854년2월라인강에투신한후요양원에있었던2년5개월동안은솔직히부인을남녀간의눈길로봤었다구.그래서이런저런열정들을쏟아부은편지들도보냈었지.그때는부인을향한열정때문에뜬눈으로밤을지새울만큼번민하기도했었다네.그렇지만1856년7월슈만선생이이승을떠나면서눈멀었던내사랑도번쩍눈을떠고빛나는하늘의태양을보게되었지.그날이후로부인을향한내사랑은스승의부인이라는한계를벗어나지않고그후40년을지켜왔던게야.

슈만선생이떠난후3개월이지나부인은뒤셀도르프에서베를린으로이사하셨지.부인은선생이타계한이후항상검은옷만입어셨다네.얼굴에미소를띠긴했지만그그늘속엔선생을애틋하게그리는사랑이항상깃들어있었지.그누구도범접할수없는사랑말이야.그단아한모습을보며나는항상부인에대한존경과경외감을느낄수밖에없었어.그런데도남의말하기좋아하는사람들은무슨꼬투리라도잡을듯이부인과나사이를늘색안경낀눈으로만보고있었다네.참으로숨이막힐지경이었지.내수염만해도그래.많은사람들은나약하고약간신경질적으로생겼던젊은날의내모습은좀생소할거야.그대신텁수룩한수염의내늙은얼굴에익숙하겠지.내가수염을기르기시작한게마흔다섯살때부터야.그전에는매끈한얼굴에유약한모습이었는데아무래도기품이없어보였어.그래서수염을길렀던게야.좀어른스러워보이고무게감까지더했으니까.그수염을두고도말이많았었다네.슈만부인이나보다열네살이나연상이었으니부인과대등하게보이기위해수염을길렀다고엉뚱한소리들을했었지.그말도안되는소리들에일일이대꾸할필요가없었어.그랬더니이번에는그말이사실이라고또난리였네.참,웃기는세상이라니까.

이젠마무릴해야겠지.그렇게40년을한결같이살아왔다네.슈만부인은당대의명피아니스트로서슈만선생의작품을열정적으로연주했었지.뿐만아니라내작품까지도세상에알리기위해많은수고를하셨다네.나도새로운작품을낼때마다먼저부인에게보내조언을듣기도했었지.그렇게사이좋은오누이처럼,누님과동생같은사이로그많은날들을살아왔던게야.1895년가을,슈만부인이프랑크푸르트에서쓰러졌다는소식을들었을때나는한동안멍한상태에서몸을움직일수조차없었어.그만큼내겐충격적인소식이었다네.나는즉시부인을위해’성경말씀에의한4개의엄숙한노래(op.121)’를작곡했었지.이곡은내생일인다음해5월7일에완성되었다네.나는이곡을작곡하며부인의쾌유를빌었었지.그렇지만부인은이곡이완성된날로부터13일이지난1896년5월20일이승을떠났다네.내가부인의장례식에참석하기위해달려갔지만늦어서장례식엔참례도못했다며또말들이많았지만그일엔아무말도않겠어.슈만부인이세상을떠난그사실이중요하지내가장례식에가고못가고에무슨의미가있겠나.

슈만부인의죽음에나는이런말을했었다네."내삶의가장아름다운체험이요가장위대한자산이며가장고귀한의미를상실했다"고말이야.정말그랬었지.그사진생각나지.초저녁이면뒷짐을지고어슬렁어슬렁단골카페로걸어가는내모습말이야.그카페에앉아수없는상념에젖으며그날그날을보냈었지.솔직히슈만부인이없는세상이란내게아무의미가없는거였다네.한때는불같이사랑했다가존경하는스승의부인으로먼발치에서지켜만보면서살았지만,그래도부인과같은하늘아래서숨쉬며살아간다는데만족했었지.그렇지만그삶의좌표와도같았던부인이떠났으니공허한내마음이어떠했겠어.캄캄한바다,그것도풍랑이이는파도속에서한줄기등댓불에의지하며헤쳐나가다가갑자기등댓불이꺼졌다고생각해봐.그런심정이었어.매사에의욕이없고삶에대한자신이사라졌다네.하루하루가무료하고맥빠진날들이었지.삶의의미가사라지자건강또한걷잡을수없이무너졌거든.슈만부인이세상을떠나고채일년이안된1897년4월3일나도이승을하직했지.내나이예순네살로생일을불과한달앞두고내삶을접었다네.

한마디만더해야겠어.1950년대말프랑스의어느여류작가가슈만부인과나를재현시킨소설을썼었지.제목이’브람스를좋아하세요?"였다네.그소설을영화로만들어당대의명배우들이멋진연기로사람들의가슴을촉촉히적셔주었지.그런데그소설이나영화처럼슈만부인과나도그렇고그런연애를했다고지레짐작해버리는데문제가있단말이야.부인과나사이는절대로그런사이가아니었거든.솔직히말해서나혼자만의짝사랑이었단얘기지.절대로오해없기를바란다네.또어떤음악영화에는나를아주우습게만들어놓고히히덕거리기도한모양인데,정말어이없는일이야.사실을바로보라구들.슈만부인은내삶에있어새로운음악을만들도록창작의욕을북돋워준멘토의역할을한분이었지.그분을위해나는쉴새없이작곡했고그분이만족해할때나또한즐거웠단말일세.그래서부인을흠모하며나는이런독백도했었지."우정이라하기에는너무오래고,사랑이라하기에는너무이릅니다…외롭기때문에사랑하는것이아닙니다.사랑하기때문에외로운것입니다.누구나사랑할때는외로운것입니다.당신은아십니까.사랑할수록더욱외로와진다는것을…"긴시간동안내푸념을들어줘서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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